[사설] 의정부 화재, 왜 피해 컸는지 조목조목 규명해야

입력 2015-01-12 02:57
10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내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4명이 숨지고 124명이 부상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화재 발생 당일 아파트 주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일단 대봉그린아파트 지상 1층 우편함 옆 4륜 오토바이에서 불이 시작됐다고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방화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이날 불이 난 건물은 아파트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지만 주거용 오피스텔로 허가를 받았다. 불이 처음 시작된 대봉그린아파트와 불이 번진 드림타운Ⅱ는 모두 지하 1층, 지상 10층으로 2012년 완공됐다. 역시 피해를 입은 해뜨는 마을은 지하 1층, 지상 15층 규모로 2013년 들어섰다. 전형적인 도시형 생활주택(주거용 오피스텔)이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정부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1∼2인 가구의 주택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2009년 5월 도입했다. 전월셋집 공급을 늘리고 서민들의 내집 마련을 돕기 위해 추진한 사업이다. 도시형 생활주택 건설 활성화를 내세운 이후 총 여섯 차례에 걸쳐 다양한 규제완화 및 지원 대책이 쏟아져나왔다. 이에 따라 첫해 2000가구도 안 됐던 것이 2010년 2만 가구를 넘어섰고 2013년에는 20만 가구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문제는 각종 규제를 완화하면서 주민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에 관한 조항도 대폭 풀었다는 데 있다. 건물 간 거리는 기존 아파트가 6m 이상인데 반해 도시형 생활주택은 1m 이상으로 완화했고 주차장, 진입도로 등의 기준도 대폭 풀어버렸다. 이러다 보니 다닥다닥 붙어 있는 건물들이 속출했다. 서민주거 안정을 명분으로 내팽개친 안전 규제 완화가 이번에 화재 참사로 돌아온 것이다. 건물 사이 간격이 1m 남짓해 대봉그린아파트→드림타운Ⅱ→해뜨는 마을로 불이 번지는 데 채 1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여기에 샌드위치 패널 중간에 스티로폼이 들어 있는 바람에 불이 좁은 건물 사이 외벽을 타고 상층부로 순식간에 번졌다. 화재 신고 6분 만에 소방 당국이 현장에 도착했음에도 대형 인명 피해를 막지 못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방재 시스템도 문제였다. 대봉그린아파트와 드림타운Ⅱ는 아예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화재가 났을 때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스프링클러는 현행 소방법상 11층 이상에만 설치가 의무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10층 이하’는 ‘11층 이상’보다 안전하다는 것인데 선뜻 이해할 수 없는 규정이다.

아파트에 살고 있던 새내기 소방관과 경찰관 2명의 살신성인으로 최악의 참사를 막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이번 화재도 전형적인 인재(人災)였다. 이참에 안전에 관한한 허술하기 짝이 없는 도시형 생활주택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 점검에 착수해야 한다. 느슨한 방재 시스템은 없는지, 외벽 마감재는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등을 원점에서 조사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진정으로 서민들을 위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