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구급차 길 비켜주다 신호위반 딱지… 네티즌 “생명보다 법이 우선” 조롱

입력 2015-01-12 01:51

[친절한 쿡기자] 구급차가 지나갈 때 차량들이 도로 양쪽으로 비키도록 하는 ‘모세의 기적’ 법안이 지난해 12월 발의됐습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이 대표 발의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구급차에 길을 터줄 때 운전자가 상황에 따라 좌측 또는 우측 가장자리로 피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현행법에도 길을 비켜주라는 규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운전자가 구급차에 길을 터줄 때는 반드시 도로의 우측 가장자리로 피해야 한다’고 돼 있죠. 하지만 모든 차선에서 우측 가장자리로 피하는 것이 비효율적이었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구급차는 통상 1차로와 2차로 사이의 차선으로 지나가니 1차로 운전자는 좌측으로, 2차로 운전자는 우측으로 비켜줘야 구급차가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겁니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재된 글이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구급차에 진로 양보하다가 범칙금’이라는 글에는 당시 상황이 그림으로 상세히 설명돼 있고 법률구조공단의 상담 내용까지 이미지 파일로 첨부돼 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신호·과속 단속 카메라가 설치된 교차로에서 신호대기 중에 양 옆 트레일러 차량 사이에 낀 글쓴이의 차 뒤에 경광등을 번쩍이고 사이렌을 울리면서 다가온 앰뷸런스가 멈췄습니다. 글쓴이는 “양 옆의 트레일러는 비킬 수 있는 상황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며 정지선을 넘어 길을 비켜줬지만 며칠 뒤 신호위반 범칙금 고지서를 받게 된 것입니다.

그는 경찰청 민원실에 문의했지만 “양 옆 트레일러는 딱지가 끊기는 것을 알고 있는 상황이었고 민원인은 몰랐기 때문에 안 됩니다”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합니다. 법률구조공단에도 알아봤지만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긴급차량이 접근할 때 주변차량 운전자는 우측 가장자리로 피해 진로를 양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질문자와 같이 정지선을 넘을 것까지 요구하고 있지는 않으며 과태료 처분은 피하기 어렵습니다”라는 회신이 왔다는 것입니다.

네티즌들은 “소방차가 뒤에서 빵빵거려도 신호대기 할 때는 무시해야겠네요” “사람이 죽을 수 있거나 위급상황일지라도 법은 꼭 지켜야겠네요” “구급차는 제발 제 뒤에 서지 말아주세요” 등의 댓글을 달며 경직된 법 해석을 꼬집었습니다.

지난해 10월 울산에서는 긴급출동 중인 구급차에게 진로를 양보하지 않은 승용차 운전자가 과태료 5만원을 부과 받은 사례가 있었습니다. “양보를 해도 범칙금, 안 해도 범칙금”이라는 네티즌의 일침에 일리가 있어 보이지 않나요?

화재 진압, 인명구조, 응급환자 처치·이송 등에 있어서 골든타임은 생명을 다투는 만큼 매우 중요합니다. 때문에 긴급차량의 앞길을 ‘모세의 기적’처럼 열어주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항상 강조됩니다. 범칙금을 부과할 때도 ‘성숙한 행정’이 필요합니다.

남호철 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