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 칼럼] 親朴을 어이할꼬?

입력 2015-01-12 02:50

정초부터 정국이 산란(散亂)하다. ‘청와대 문건 유출’ 파문이 청와대 민정수석의 ‘항명 사퇴’ 파동으로 번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민정수석 사표수리를 놓고서도 여야가 당연하다 혹은 미흡하다면서 공방을 벌이고 있다. 퇴진 압력을 받고 있는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은 ‘소임’이 아직 안 끝났다며 물러날 뜻이 없음을 간접적으로 밝혔다. 박 대통령의 12일 신년 기자회견에도 정국 정상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의 연속이다.

이 와중에 여당인 새누리당마저 어수선하다. 김무성 대표를 겨냥한 친박(親朴)계의 거친 공격이 주원인이다. 이따금 공식 회의석상에서 고성(高聲)이 들릴 정도다. 친박계는 지난달 김 대표가 꺼내든 ‘박세일 여의도연구원장’ 카드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이후 지금까지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때문에 여의도연구원장 자리는 여전히 공석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여론조사를 통한 새 당협위원장 선출 방침 등 김 대표가 추진하는 사안들에 반기를 들기 일쑤다.

친박 논리는 이렇다. 새누리당이 집단지도체제를 채택한 건 당 대표의 독주를 막자는 취지인데, 김 대표가 최고위원들과의 논의 절차 없이 전횡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 대표가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을 여의도연구원장에 앉히는 방안을 최고위원들과 충분히 협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친박의 주장에 일리가 전혀 없지는 않다.

하지만 다분히 감정적이다. 지난해 치러진 ‘7·14전당대회’ 결과에 대한 앙금이 아직도 짙게 남아 있는 듯하다. 박근혜정부 탄생의 주역이었으나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에게 패함으로써 비주류 처지로 전락했으니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압도적으로 승리한 김 대표를 걸핏하면 코너로 몰아붙이는 건 온당치 않다. 김 대표가 개헌 문제와 관련해 한 차례 헛발질을 한 것 외에 여당 대표로서 크게 잘못한 점도 눈에 띄지 않는다. ‘박세일 여의도연구원장’에 반발하는 데에는 박 명예이사장이 2005년 세종시 수정안 논란 당시 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과 상반된 견해를 밝히며 당을 떠난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속 좁은 정치다.

친박은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박근혜정부 성공을 위해서’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의 언행은 딴판이다. 대통령 지지도가 이토록 추락할 때까지 뭘 했는가. 국민의 대표로서 대통령에게 시중의 민심을 정확히 전달하는 역할은 했나. 대통령이 민심을 거스를 때 ‘NO’라며 제동을 건 적은 있나. 대통령이 신경 쓰는 민생·경제법안들 처리를 위해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의 협조를 얻으려 동분서주한 적은 있는가. 김 대표를 마치 타도해야 할 대상쯤으로 여기며 목소리를 키우는 게 박근혜정부 성공을 위한 것인가. 유감스럽지만, 그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이러이러한 생산적인 일을 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기억이 없다.

바뀌지 않으면 그 결과는 암담할 것이다. 친박 입장에선 자해행위다. 비뚤어진 행태들이 쌓이면서 ‘박근혜정부 핵심세력이 뭐 저래’라는 질타를 받게 될 것이다. 당 차원에선 해당행위다. 공무원연금 개혁 등 나랏일은 산더미인데, 내홍으로 바람 잘 날 없는 무책임하고 무능한 여당으로 비쳐질 것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에게도 아무런 득이 안 된다. 누(累)가 될 뿐이다. 더욱이 여의도연구원장 인선과 당협위원장 선출 문제가 차기 총선 공천과 연관돼 있다는 점을 들어 친박이 공천 과정에서의 불이익을 벌써부터 우려해 세력 과시에 나선 것이라는 비난마저 나오고 있다.

친박이 진정으로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바란다면 확 달라져야 한다. ‘김무성 체제’가 못마땅해도 대놓고 큰소리치지 말고, 여당다운 모습을 보이도록 협력하는 게 도리다.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했다. 품격을 갖춘 언행이 요구된다. 기득권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과도한 대통령 비호(庇護)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데, 친박이 과연 거듭날 수 있을까. 선택은 그들 몫이다.

김진홍 수석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