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설계수명을 마쳤지만 아직까지 ‘계속운전’ 여부를 결정하지 못해 멈춰 있는 월성 1호기 문제는 더 큰 논란이 되고 있다. 게다가 2007년 한 번 수명을 10년 연장했던 고리 1호기의 수명 종료도 1년 앞으로 다가왔다. 노후 원전을 궁극적으로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기술적 준비가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노후 원전’ 뭐길래…계속운전 vs 영구 정지=애초 설계한 수명이 끝난 기계를 더 쓰는 것은 그 자체로 안전하지 않다는 게 폐기론자들의 주장이다. 이미 한 차례 계속운전 판정을 받아 현재 가동 중인 고리 1호기의 잦은 고장은 이런 불안감을 높여 왔다. 비용 측면에서도 수명 연장 시 관리·보수·유지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 이들의 견해다.
반면 계속 사용을 주장하는 측은 노후 원전이라는 표현 자체를 꺼린다. 원전에 따라 30년에서 60년으로 설정된 설계수명이라는 것이 반드시 그때까지만 가동해야 한다고 설정된 게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연식만 따져 노후화 여부를 평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수원 측은 철저한 안전성 평가 기준을 충족하면 더 쓰는 게 가능한 원전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기존 원전을 안전하게 관리해 더 쓰는 것이 이를 정지시키고 새 원전을 짓는 것(약 2조5000억원)보다 경제적이라는 주장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고리 1호기의 잦은 고장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누적 고장 횟수는 많았지만 (계속운전에 들어간) 2008년 이후 고장 건수는 확연히 줄었다. 더 안전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속운전 여부 심사를 앞둔 월성 1호기는 이 같은 논란의 정점에 서 있다. 지난 7일 공개된 월성 1호기에 대한 정부 측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안전성 검증 보고서(스트레스 테스트)와 지역주민·전문가·환경단체가 참여한 민간 검증단의 보고서는 완전히 상반됐다. KINS 검증단은 “월성 1호기의 경우 1만년에 한 번 발생할 확률인 규모 6.9∼7.0의 자연재해도 견딜 수 있고, 다른 중대 사고 등에 대한 안전 대책도 마련돼 운전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민간 검증단은 추가로 개선해야 할 안전 사항이 32건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이견이 큰 상황에서 오는 15일 열릴 원안위 회의는 월성 1호기 문제를 둘러싸고 진통이 예상된다.
◇궁극적으로 ‘폐로 정책’에도 대비해야=국내 가동 중인 23개 원전 중 월성 1호기를 포함한 12개 원전이 2030년 이내에 설계수명이 끝난다. 고리 1호기는 2017년 한 번 연장한 수명조차 끝난다. 2차 연장이 안 될 경우 영구 정지에 들어가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시설을 해체해 그 폐기물을 안전하게 영구 보관하는 사용후 핵연료 처분까지 해야 하는 ‘폐로(閉爐)’를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위한 준비는 걸음마 수준이다. 원자로 1기 해체 비용은 최소 6033억원, 핵폐기물 처리 비용과 각종 관리 비용 등까지 포함하면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현재 원전 폐로 예산은 장부상 마이너스 상태다. 원전 해체 방식, 이후 발생하는 사용후 핵연료를 어떻게 처리할지 문제 등은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법·제도상 준비도 안돼 있다. 전문가들은 폐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경주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수명 연장에 반대하지만 당장 ‘폐로’를 할 수도 없다”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경주=김재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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