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근원으로!

입력 2015-01-12 00:56

한 시대가 저물어간다. 새 세상이 온다는 반가운 기별은 없고, 온통 암울한 소식뿐이다. 속도와 경쟁의 시대에 살아남으려고, 남을 따라잡으려고 이른 아침부터 죽어라고 달린다. 왜 뛰고, 어찌 살고, 어디에 있는지, 내가 누구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그냥 뛴다. 그저 산다.

중세에서 근대로의 전환에서 배워야 한다.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이 변화의 동력이었다. 르네상스가 인간을 재발견했다면, 종교개혁은 하나님을 재정의하고 은총과 믿음을 회복했고 교회를 갱신했다. 새 시대를 앞당겼다.

양자의 슬로건은 ‘근원으로!’(Ad fontes)이다. 본디 그 뜻은 ‘본래의 자료들로부터’이다. 르네상스 시절에는 그리스의 철학과 문학을 끄집어냈고, 종교개혁 때는 히브리 성서와 교부들의 문헌을 파고들었다. 오래된 낡은 책으로 당대를 혁신하고 길을 열었다. 그래서 개신교인이 된다는 것은 근원으로 돌아가서 경전과 고전을 함께, 깊이 읽는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새 세상, 새 교회를 원한다면 참답게 살고 싶다면 개혁자들처럼 근원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리라. 경전에는 영원한 신적 지혜가, 고전에는 몇 천 년에 걸친 선인들의 지혜가 녹아 있다. 그 안에 살 길이, 갈 길이 있다. 하여, 우리 시대의 슬로건은 이것이다. “한 손에는 성서를, 다른 한 손에는 독서(고전)를!”

김기현 목사(로고스서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