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은 ‘얼얼’ 안은 ‘훈훈’… 겨울두통 부른다

입력 2015-01-13 00:08
중앙대병원 신경과 김정민 교수가 검안경을 이용해 최근 들어 부쩍 잦아진 두통 때문에 괴롭다는 한 여성 직장인의 눈 속을 들여다보며 뇌압 상승 여부를 체크하고 있다. 중앙대병원 제공
급격한 기온변화나 스트레스에 의해 편두통이 발생할 때의 뇌혈관 상태 모식도. 대한의학회 제공
회사원 안모(52)씨는 요즘 오후만 되면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머리가 멍하고 아파서 고민이다. 그는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키고 싶지만 동료들의 ‘춥다’는 원성 때문에 쉽지 않다”고 말한다.

‘겨울 두통’이 성행하고 있다. 한파가 계속되면서 보온과 난방에 더욱 신경을 쓰면서 나타나는 복병이다. 추운 날씨 탓에 움츠리기 쉬운 겨울철을 머리 아프지 않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본다.

◇겨울철에 머리가 멍하고 자주 아픈 이유=머릿속에 무슨 문제가 생겨 아플 수 있다. 하지만 십중팔구는 추위 때문에 문을 꽉 닫은 사무실이나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실제로 창문을 열지 않는 빌딩 내 사무실이나 집안은 겨울 두통의 온상이다. 과도한 난방의 후유증으로 두통과 함께 피부 및 안구 건조증을 겪기 쉽다. 왠지 머리는 무겁고 피부가 가려우며 목과 눈이 따끔거리면서 기분도 불쾌해지고 무기력해지는 증상, 바로 밀폐건물증후군이다.

과도한 실내외 기온차도 겨울 두통을 부른다. 겨울철 실외기온은 영하권을 맴돌기 일쑤다. 반면 실내 온도는 낮아도 18도 이상이다. 실내외 기온차가 18도 이상 벌어지는 때가 많은 셈이다. 인체가 생체리듬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무리 없이 적응할 수 있는 실내외 온도차는 5∼7도에 불과하다.

중앙대병원 신경과 김정민 교수는 “온도변화가 클 때 추운 곳에서 따뜻한 곳으로, 혹은 따뜻한 곳에서 추운 곳으로 자주 이동해도 혈액순환 문제로 두통이 유발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실내외 온도차 줄이고 환기 자주 해야=해결책은 분명하다. 기온이 급격하게 변하는 환경에 몸이 아예 노출되지 않도록 하거나 실내외 온도차가 큰 환경에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

그러자면 몇 가지 처방이 필요하다. 첫째, 환기가 필요하다. 실내에 오래 머물 경우 적어도 2시간에 한번씩 10분 정도 바깥 공기를 쐬는 것이 좋다. 이런 습관은 갑작스런 온도변화에 뇌혈관이 유연하게 수축, 이완될 수 있게 도와준다. 조금 춥더라도 2∼3시간마다 한번씩 사무실이나 집의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해주자.

둘째,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매일 적절한 운동과 충분한 수면을 통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노력한다. 공기 좋은 곳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마음의 안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명상을 하는 것도 좋다.

셋째, 두통 유발 위험인자를 피한다. 과도한 음주, 흡연, 과식, 조미료가 많이 든 음식 섭취는 뇌혈관의 항상성을 교란시켜 편두통을 유발하기 쉽다. 특히 금연 실천은 편두통 예방에 필수다.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신원철 교수는 “커피 녹차 홍차 등 카페인 함유 음료를 장기간 자주 섭취하다 중단했을 때도 혈관이 확장돼 두통이 유발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뇌 혈관·조직 이상 여부 체크는 필수=겨울 두통의 대부분은 추운 날씨와 밀폐된 환경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원인이다. 하지만 10명 중 약 1∼2명은 뇌혈관과 뇌조직에 생긴 구조적 이상 때문에 두통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두통이 나타나면 굳이 겨울이 아니더라도 정확한 원인을 가리는 것이 원칙이다. 소위 중추신경계의 구조적인 이상으로 오는 2차성(속발성) 두통은 조기에 발견해 적절히 대처하지 않을 경우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추운 날씨에 갑작스러운 혈압상승으로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뇌졸중(중풍)도 두통이 동반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김원주 교수는 “평소 자주 경험한 두통과 다른 형태로 머리가 아프거나 갑자기 강도가 세졌다면 지체하지 말고 병원을 방문해 신경과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검사결과 이차성 두통이 아니라면 진통제 처방을 받고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조처로 두통을 완화시킬 수 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