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진애] 규제 불감증부터 고쳐라!

입력 2015-01-12 02:10

연초부터 또 안전사고다. 이번엔 화재 사고다. 4명이 죽고 124명이 다쳤다. 재산 손해도 크다. 토요일 오전에 일어났고 신고도 빨리 되었고 소방관이 일찍 도착한 편인데도 피해가 크다. 1층에 불이 나는 바람에 피난구가 막혔고, 인접한 건물 네 동에까지 불이 붙었고, 삽시간에 외벽을 타고 불길이 올라갔고, 불연재가 아닌 드라이비트 외벽에 불이 붙으며 건물이 순식간에 연기에 휩싸여 버렸다.

이 화재 사고 중 한 가지 다행이라면, 혹시나 의심되던 방화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주차장에 서 있던 오토바이에서 발화되었다니 도대체 무슨 일인가? 누구나 드나드는 1층 주차장인데 단순히 CCTV 설치만으로는 사고를 막을 수 없는 것이 분명하다.

‘안전 불감증’이라고 치부할 것이 아니라 ‘규제 불감증’이라고 보는 게 맞다. 시설 안전사고는 근본적으로 규제의 문제다. 누구나 규제는 싫다. 하지만 규제 없이는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이번 사고에서 피해가 컸던 것은 아파트가 아니라 오피스텔이라는 상업시설이기 때문이었다. 아파트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인동간격, 피난구, 외벽 자재 등 규제가 많은 편이다. 화재가 나더라도 그 유니트 안에 불을 가두는 장치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오피스텔은 기본적으로 상업 건물이다. 건물은 대지를 경계로 거의 붙어 있다. 외벽 재료에 대한 규제도 전혀 없다.

그런데 이런 오피스텔에 사람이 거주할 수 있도록 지난 몇 년 동안 계속 규제를 완화하며 문제를 키웠다. 상업시설은 짓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대개 다르다. 게다가 집주인과 사는 사람이 다른 경우도 많다. 싸게 짓고 분양해버리면 끝이다. 이른바 ‘먹튀’가 일어날 위험이 높은 시설이다.

이런 시설일수록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오직 규제뿐이다. 불붙은 네 동 중에 스프링클러(불이 나면 자동적으로 물이 천장에서 쏟아지게 하는 시설)가 설치된 건물은 단 한 동이었다. ‘11층 이상’이라는 규제 덕분이다.

안전에 대한 규제 강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대임을 잊지 말자. 세월호 참사도 20년 선령 규제를 푸는 바람에 일어났다. 당장의 이익만 추구하는 기업적 자본의 힘에 굴복하지 말자. 정부는 규제 불감증부터 고쳐라.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다.

김진애(도시건축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