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총격 사건에 이어 동시다발적 인질극까지 벌어지자 프랑스 전역은 큰 충격에 빠졌다.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기자와 경찰관 등 12명이 살해된 데 이어 9일 벌어진 인질극으로 최소 2명의 사망자가 추가로 발생하면서 이번 사건은 프랑스 역사상 최악의 테러로 기록될 전망이다.
◇테러범들, 파리 북동부 교외에서 인질극=‘샤를리 엡도’ 습격을 주도한 사이드 쿠아치(34)와 셰리프 쿠아치(32) 형제는 파리 근교 다마르탱에서 인질극을 벌였다. 이들은 경찰과 협상 중 “우리는 순교자로서 죽을 것이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을 쫓던 국가헌병대 소속 대테러부대(GIGN)는 현장을 완전히 포위하고 이들과 대치했다. 한 목격자는 현지 방송 아이텔레와의 인터뷰에서 “총소리가 들리자 겁에 질려 실내로 대피했다”며 “전등을 모두 끄고 창문에 가까이 가지 말라는 경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들은 이곳에서 인질극을 벌이기 직전인 오전 8시40분쯤 파리 북동부 포르트 드 팡탱 인근 도로에서 여성이 모는 승용차 한 대를 탈취했다. 차량을 빼앗긴 운전자는 현지 라디오 방송 유럽1과의 인터뷰에서 “그들은 매우 침착했다. 목소리도 높이지 않고 소리를 지르지도 않았다”며 “잘 훈련된 특수부대원 같았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이들이 기관총과 로켓포로 추정되는 무기를 갖고 있었으며 “트렁크에 애완견이 있으니 꺼낼 때까지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요청하자 순순히 승낙했다고 전했다.
이들이 인질극을 벌이고 있는 다마르탱은 파리에서 북동쪽으로 40㎞가량 떨어진 곳이다. 인근에 주로 인쇄공장들이 밀집한 공업단지가 있는 소도시다.
프랑스 당국은 해당 공장 인근 지역을 완전히 통제했다. 다마르탱 시 당국 또한 주민들에게 외출을 삼가고 자녀들은 학교에서 떠나지 말도록 했다. 현장을 감시 중인 경찰 헬리콥터의 비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인근에 위치한 샤를드골 국제공항의 항공기 이착륙도 중단됐다.
이들이 대치 중인 지역은 전날 아침 이들이 들렀던 파리 북동부 빌레코트레 인근 주유소에서도 가까운 지역이다. 인근 도로에서는 테러범들이 타고 다니던 차가 발견됐다. 경찰은 주유소 직원들이 용의자들이 파리 방향으로 떠났다고 진술함에 따라 파리로 통하는 모든 도로를 통제했지만, 이들 형제는 경찰의 감시를 따돌리고 파리 경계선까지 접근해 차량을 탈취한 뒤 다마르탱에서 인질극을 벌일 때까지 수십여㎞를 유유히 이동했다.
◇파리 식료품점에서 또 다른 인질극=쿠아치 형제가 다마르탱에서 인질극을 벌이는 사이, 파리 동부의 한 유대인 식료품점(코셔)에서 한 남성에 의해 또 다른 인질극이 발생했다. 이 남성은 32세로 아메디 쿨리발리라는 이름을 가졌으며, AK-47 소총 두 자루로 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괴한은 인질극 과정에서 최소 2명을 살해했으며 아동 1명 등 5명 이상의 인질을 붙잡았다. 협상 과정에서 그는 경찰에 “쿠아치 형제를 석방하지 않으면 인질을 살해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인질극은 이슬람교와 갈등을 빚어온 유대교를 정면으로 겨냥한 것으로 유대인 출입이 많은 상점이 타깃이 됐다. 때문에 경찰은 인질극 발생 직후 파리 전역의 코셔 식료품점을 폐쇄했다. 또 이 인질극과 관련해 20대 백인 여성에 대해 수배령을 내렸다.
지난 8일 파리 남부 몽루즈에서 여성 경찰관을 살해한 남성과 동일인물로 추정되는 이 괴한은 경찰관에 총격을 가하기 전 인근 방송국 건물에 대한 공격도 계획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M6방송이 보도했다. 경찰은 에펠탑 주변의 트로카데로 광장도 테러 타깃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시민들을 대피시켰다.
프랑스 당국은 또 이번 사건 이후에도 추가 테러 등이 발생할 우려가 높다고 보고 전국적으로 8만8000명의 경찰 인력을 배치하고 군인 400명을 투입했다. 특히 학교와 공항, 예배당, 관광명소 등의 경계를 강화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특수부대에 포위된 테러범 형제 “순교자로 죽겠다”
입력 2015-01-10 04: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