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축가… 하늘나라 친구들아 같이 부르자

입력 2015-01-10 03:17 수정 2015-01-10 11:18
9일 오전 열린 안산 단원고 제8회 졸업식은 온통 눈물바다였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실종된 후배들과의 추억을 묻어두고 정든 학교를 떠나야 하는 졸업생들이 2학년 생존 학생의 송사를 들으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안산=곽경근 선임기자

“운명이라고 하죠. 거부할 수가 없죠. 내 생에 이처럼 아름다운 날 또다시 올 수 있을까요. 하고픈 말 많지만, 당신은 아실 테죠. 먼 길 돌아 만나게 되는 날 다신 놓지 말아요(이선희 노래 ‘인연’ 가사 일부).”

세월호 참사로 250명의 학생들이 희생된 안산 단원고등학교 ‘제8회 졸업식’이 열린 9일 단원고 강당(단원관)은 눈물바다였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됐거나 아직도 차가운 바닷속을 헤매고 있을 후배들과의 추억을 묻어두고 정든 학교를 떠나야 하는 졸업생들은 슬픔과 아쉬움에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많은 친구들을 떠나보낸 2학년 학생들도 침통한 표정으로 눈시울을 붉혔다. 모든 걸 잊으려는 듯 손으로 얼굴을 감싸거나 아예 눈을 감는 학생들도 있었다. 지켜보던 학부모와 교사들도 소리 없이 울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졸업식이었다.

졸업식은 3학년 학생 505명과 1·2학년 학생들, 교사와 학부모들이 참석한 가운데 오전 10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묵념으로 시작됐다. 이어 2학년 생존 여학생들의 축하무대가 펼쳐졌다. 여학생들이 무대에 올라 이선희의 ‘인연’을 합창했다. 반주가 흐르고 한 소절을 불렀을까. 숨진 친구들이 떠올랐는지 일부 학생들은 고개를 떨구고 흐느꼈다. 무대 아래 졸업생들도 눈물을 훔쳤다. 학생들은 그러나 곧 마음을 추스르고 노래를 이어갔다. 이어 그리스 뮤지컬 ‘위 고 투게더(We go together)’를 멋진 화음으로 불러 선배들의 졸업을 축하했다. 학생들은 노래가 끝날 무렵 애써 밝게 웃으며 ‘졸업축하해요♥’라고 쓰인 종이를 들어 보였다.

송사를 맡은 2학년 12반 최민지양은 “이번 겨울은 유난히 길고 추웠다. (중략) 모두가 슬픔에 주저앉았던 그 봄에 굳건하고 듬직하게 기둥이 되어준 선배들이 있었기에 거센 파도와도 같았던 지난봄을 견뎌낼 수 있었다”며 선배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어 “선배들이 갈 생각을 하니 그 자리가 더 크게 느껴질 것 같다. 선배들의 빈자리를 저희가 채워야 한다니 두려움과 걱정이 앞서지만 부끄럽지 않은 후배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송사를 읽어가던 최양이 감정이 북받쳐 올라 울먹이며 제대로 끝을 맺지 못하자 졸업생과 학부모들이 힘찬 박수로 격려했다.

답사에 나선 3학년 12반 오규원군은 “저희들이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건 선생님들의 은혜와 보살펴주신 부모님의 사랑, 친구들과의 우정, 그리고 힘든 시기를 이겨내 준 후배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꿋꿋한 후배들에 대한 기억을 영원히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추교영 교장은 격려사에서 “4·16참사로 희생된 2학년 학생들의 넋을 영원히 기리기 바란다”며 “나와 선생님, 우리 어른들은 해마다 그날이 오면 추모와 참회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여러분도 동참해 달라”고 말해 졸업식장을 숙연케 했다.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졸업식은 2학년 생존 남학생 18명이 인순이의 ‘아버지’를 부르는 무대로 마무리됐다. 남학생들은 노래가 끝나자 일제히 큰 소리로 “졸업 축하드립니다”라며 선배들의 새 출발을 응원했다. 졸업식이 끝났지만 학생들은 교정을 좀처럼 떠나지 못했다. 졸업생들은 후배들과 뛰어놀던 운동장, 학교 건물들을 바라보며 석별의 정을 나눴다.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은 지난해 4월 16일 제주도로 수학여행길에 올랐다가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하는 바람에 학생 325명 중 246명이 희생되고, 4명은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안산=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