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9일까지 공연했던 연극 ‘프라이드’ 예매사이트에는 요즘도 재공연을 요청하는 글들이 올라온다. 5000건이 넘는, 소극장 공연으로선 엄청난 후기와 기대평이 달려있다. 성소수자라는 코드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사람 냄새나는 작품이라는 찬사가 이어진다.
연극계 사람들은 지난 4일 막을 내린 ‘바냐와 소냐와 마샤와 스파이크’에 열광했다. 2013년 토니상 연극부문 최고작품상을 수상한, 최근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핫’한 작품 중 하나로 하이 코미디 작품이다. 러시아 작가 안톤 체호프의 책 곳곳에 등장한 캐릭터들을 새롭게 엮어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두 작품을 포함해 지난 한 해 대중과 연극계로부터 주목받은 명작 중엔 유독 제작사 연극열전의 작품이 많았다. 오는 18일 연극 ‘취미의 방’ 종연을 앞두고 연극열전의 허지혜(39) 대표를 9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만났다.
“규모와 관객층, 소재 등이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라인업을 꾸리려 했어요. 연극 마니아층과 중장년층 관객, 그냥 일반 대중 등 다양하게 생각해보죠. 다른 때보다 준비기간을 충실히 가진 탓인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아 기뻐요.”
연극열전은 2년에 한번씩 신작을 4∼5편씩 모아 시리즈로 발표하고, 쉬는 해엔 기발표작을 무대 위에 다시 올리며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는 중이다. 다섯 번째 시즌(2014∼2015년)에는 ‘사랑별곡’ ‘프라이드’ ‘프랑켄슈타인’ ‘바냐와…’ ‘취미의 방’ 등 5개 작품을 국내 관객에게 소개했다. ‘취미의 방’ 종연 후에는 기 발표작인 ‘프라이드’와 ‘엠 버터플라이’ 등을 재공연한다. 최근 작품을 올리자는 제안이 여러 건 들어와 검토 중이라고 한다.
2004년 연극열전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며 연극계에 발을 내민 그는 2007년 젊은 나이에 대표 자리에 앉았다. 회사를 완전히 인수해 운영하게 된지는 3년째다. 허 대표는 “사업가 기질이 전혀 없는데도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을 보면 연극이 내 운명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작품을 선택하기 위한 노력을 물었더니 “무조건 많이 본다”는 교과서 같은 답이 나왔다. “200∼300편중에 2∼3편 건질 정도예요. 모든 인프라를 통해 작품을 모아 결정할 때도 ‘이게 관객들에게 통할까’ 고민하며 숙성하는 기간도 거치죠. 연극열전 식구들 모두 대본을 함께 읽은 후 인기투표도 해보고 이 작품을 왜 올려야하는지 토론하는 시간도 갖는답니다.”
허 대표는 “연극계는 많은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고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라며 “오히려 몇 작품을 안 했더라면 훨씬 형편이 나아졌을 수도 있지만 무모하게 작품에 도전하게 되는 것 같다. 앞으로도 그 작은 무모함을 버리고 싶진 않다”며 웃었다. 다음 시즌의 계획을 묻는 질문엔 “창작 초연작을 소개해드리고 싶다. 또 누구나 아는 고전 작품을 연극열전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해 시리즈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장기적인 꿈을 꾼다”고 덧붙였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작품을 선택하기 위해 무조건 많이 봅니다”
입력 2015-01-12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