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모든 임원직 상실… 롯데그룹에 무슨일?

입력 2015-01-10 04:03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남인 신동주(61)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그룹 내 주요 임원직에서 모두 해임됐다. 한국은 차남 신동빈(60) 회장이, 일본은 신 전 부회장이 경영을 맡아 이끌던 균형이 깨지고 후계 구도의 무게추가 신 회장으로 급격하게 쏠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신동빈 회장 승계 신호탄?=일본 롯데의 지주회사인 롯데홀딩스는 8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신 전 부회장을 이사직에서 해임하는 내용을 결의·승인했다. 롯데 관계자는 9일 “현재로서는 신 전 부회장이 해임됐다는 사실 외에 특별히 전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달 26일 롯데 부회장, 롯데상사 부회장 겸 사장, 롯데아이스 이사에서 해임된 데 이어 이번에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도 추가로 해임됐다. 롯데그룹 내 임원직을 모두 상실한 그는 그룹 경영에서 사실상 손을 떼게 된 셈이다.

재계는 신 전 부회장이 경영에서 퇴진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실적을 중시하는 신 총괄회장이 한국 롯데에 비해 일본 롯데의 실적이 좋지 않았던 점을 고려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롯데홀딩스는 신 총괄회장이 지분을 장악하고 있는 회사여서 이번 해임에 신 총괄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013년 기준 한국 롯데가 74개 계열사에 83조원대의 매출을 기록한 반면 일본 롯데는 37개 계열사에 매출도 5조7000억원에 머물렀다.

특히 롯데홀딩스는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 롯데까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회사로 롯데그룹의 후계 구도를 완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한국 롯데의 지주 역할을 하는 호텔롯데의 최대주주(19.07%)가 롯데홀딩스다.

재개 일각에서는 신 회장이 일본 롯데의 경영까지 이어받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국 롯데 측은 “일본 롯데와는 아주 오래전부터 인사교류도 없는 등 별개로 경영이 이뤄지는 상황이었다”며 “어떤 배경으로 이번 인사가 이뤄졌는지 우리로서는 정확한 정보가 없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아직 지분 구조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른 시간 내에 후계 구도가 바뀌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롯데가(家) 지분 전쟁 촉발되나=신 전 부회장이 줄줄이 그룹 임원직에서 해임되기 전까지 롯데그룹은 형제가 한 나라씩 맡은 ‘한 지붕 두 국가’ 구조로 안정적인 듯 보였다. 하지만 내부 지분 구조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후계 구도 재정립이 간단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두 나라 롯데 계열사의 지분 관계를 들여다보면 사실상 ‘국경’이 없는 상황이다.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은 롯데홀딩스 주식을 20% 안팎의 비슷한 비율로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총괄회장의 지분율은 28% 정도다.

한국의 다른 주요 계열사에서도 두 형제의 지분 격차는 크지 않다.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경우 신 회장의 지분율은 13.46%, 신 전 부회장은 13.45%로 불과 0.01%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언제라도 치열한 지분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최근 신 전 부회장은 한국 롯데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신 전 부회장이 롯데제과의 주식을 사 모으면서 지분율을 3.92%까지 높이자 5.34%를 보유한 신 회장과의 차이가 좁혀졌다. 경영권 분쟁이 촉발됐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문제가 더 확산되기 전에 신 총괄회장이 ‘정리’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신 총괄회장 일가의 다른 가족 구성원이 지분 경쟁에 뛰어들거나 신 회장, 신 전 부회장 어느 한쪽 편에 설 경우 롯데그룹의 후계구도가 복잡하게 전개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신 총괄회장과 첫째 부인 사이의 딸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은 롯데쇼핑 롯데칠성 롯데푸드 롯데제과 등에 1∼2%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셋째 부인 슬하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은 롯데쇼핑 롯데삼강 코리아세븐 등에 1% 안팎씩 지분을 갖고 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