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경찰-인질극 용의자들 충돌 우려… 추가 희생 가능성

프랑스 경찰은 잡지사 ‘샤를리 엡도’를 테러한 뒤 도주길에 올랐던 용의자인 사이드 쿠아치(34)와 셰리프 쿠아치(32) 형제를 9일(현지시간) 오전 발견해 검거작전을 벌이고 있다. 용의자들은 민간인을 인질로 삼고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대치 중인 지역은 전날 아침 이들이 들렀던 파리 북동부의 주유소에서도 가까운 지역이다. 인근 도로에서는 테러범들이 타고 다니던 차가 발견됐다. 차량에서는 무기는 발견되지 않아 여전히 총기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지 경찰은 앞서 전날 오후에도 빌레코트레에서 두 사람을 목격했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이 지역에 대한 감시활동을 벌여왔다.

이 일대는 삼림지역으로 파리시보다 면적이 넓으며 사탕무밭, 밀밭, 석회암 채석장 등이 있어 1차 세계대전 때 병사들이 몸을 숨기던 곳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보도했다. 때문에 범인들이 처음부터 이 일대를 은신 장소로 물색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앞서 경찰은 헬기 5대를 동원해 이 지역을 수색하는 한편, 민가에 잠입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집집마다 일일이 확인작업을 펼쳤다. 특히 이들이 총기를 갖고 있어 ‘제2의 테러’가 우려되고 있다. 빌레코트레의 주민인 로젤린 할머니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동네에 숨어들었을까봐 무섭다”면서 “밤이 오면 더욱 두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파리에 이어 북동부 지역의 경계 수준을 최고 수준으로 격상했다.

프랑스 정보 당국의 요주의 인물이었던 쿠아치 형제는 미국 정부의 비행금지 명단(No-fly List)에도 올라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AP통신이 미 대테러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아울러 120만명의 잠재적 테러용의자 이름이 저장돼 있는 미국의 안보 데이터베이스인 ‘타이드(TIDE)’에도 등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통신은 “주요국의 대테러 감시 대상에 올랐던 이들이 어떻게 로켓포 등 무기들을 확보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은 사건의 배후를 캐기 위해 쿠아치 형제 주변의 90명을 조사한 뒤 이 중 9명을 구금해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프랑스 당국은 추가 테러 등에 대비해 전국적으로 8만8000명의 경찰 인력을 배치하고 400명의 군인도 투입했다. 특히 학교와 공항, 예배당, 관광명소 등의 경계를 강화했다.

쿠아치 형제와 무라드 하미드(18)는 지난 7일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엡도의 파리 사무실에 난입해 총기를 난사했으며 만평작가 4명을 포함해 12명이 사망했다. 이 중 하미드는 당일 자수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