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범 ‘알라는 위대하다’ 외침과 함께 사격 시작”… ‘샤를리 엡도’ 생존 기자 증언

입력 2015-01-10 02:27
“나는 공포를 봤다.”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엡도’ 사무실 테러 당시 목숨을 구한 샤를리 엡도 기자가 현지 라디오 방송에 나와 당시 상황을 생생히 증언했다고 AFP통신 등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7일 오전 편집회의가 끝날 때쯤 사무실에 복면을 한 남성이 들어와 “알라후 아크바르(알라는 위대하다)”라는 외침과 함께 총을 쏘기 시작했다. 로랑 레제 기자는 본능적으로 책상 뒤로 몸을 던졌다.

처음에 그는 동료들이 장난을 치는 줄 알았다. 남성들이 들어오기 전 밖에서는 폭죽 소리 같은 것이 들렸고 이들은 편집장의 필명인 ‘샤르브’를 외쳤다. 그러나 이것은 실제 상황이었다. 동료들이 하나둘씩 쓰러졌고 바닥은 피바다가 됐다. 테러범이 사무실을 돌아다니며 살아남은 이들도 찾아 죽일 것이란 생각에 그는 그저 잔뜩 웅크려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테러범들의 발길은 반대방향으로 향했다. 테러범들은 현장을 떠났고 레제는 다른 생존자와 함께 나와 구조 인력이 올 때까지 쓰러진 동료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는 “편집팀 절반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며 “어떻게 현장에서 빠져나왔는지조차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번 테러로 숨진 조르주 볼랭스키의 딸 엘사는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아버지의 서재 사진 한 장을 올려 부친을 추모했다. 그는 주인 없는 책상 위에 노트북 컴퓨터와 백지 한 뭉치, 펜 하나가 남겨진 사진을 올리고 “아버지는 떠났지만 볼랭스키는 남아있다”는 글을 남겼다. 비록 볼랭스키는 숨졌지만 그가 그림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신념은 사라지지 않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처럼 참혹한 테러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는 테러범 일당을 한목소리로 칭송하고 나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알카에다 북아프리카지부(AQIM)와 IS는 각각 이들 테러범 일당을 ‘진실의 기사단’ ‘영웅들’이라고 치켜세운 뒤 무함마드를 조롱하는 행위는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트위터나 라디오를 통해 전파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