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엡도’ 총격 사건으로 유럽 전역에서 반(反)이슬람 정서가 더욱 거세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각국 정부는 이를 차단하고자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프랑스 현지 언론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총격 사건 희생자를 추모하는 대규모 국가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전 국민이 참여하는 공화국 행진’이라는 이름의 이날 행사에는 진보·보수를 막론한 전체 정당 및 노동조합 등 주요 단체들이 참여한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도 참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는 극우성향 국민전선(FN) 마린 르펜 대표에게만은 초청장을 보내지 않았다. 반이슬람 성향이 강한 정당 대표가 참석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집권 사회당의 쥘리에트 메아델 대변인은 “사건 직후 나타난 프랑스인들의 단결이 르펜 때문에 깨져서는 안 된다. 정치성향이나 출신과 관계없이 프랑스는 하나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RTL방송이 전했다. 이에 대해 르펜 대표는 “행사 참여를 검토했으나 가지 않겠다. 더 이상의 국민 단결이란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프랑스에서는 이번 테러 직후 곳곳에서 이슬람계 주민에 대한 ‘보복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8일 프랑스 중부의 한 도시에서 북아프리카 출신 17세 고등학생이 집단 폭행을 당했다고 르파리지앵이 보도했다. 폭행은 테러 희생자를 위한 묵념 시간에 이뤄졌으며 폭행 전 인종주의적 모욕이 가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7일 밤부터 8일 새벽 사이 프랑스 각지 이슬람사원에서 증오 범죄로 추정되는 폭발물 공격이 있었다.
이런 가운데 국제 사회의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8일 워싱턴의 프랑스대사관을 찾아 희생자를 애도했다. 그는 조문객용 방명록에 서명한 뒤 제라르 아로 프랑스대사와 악수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또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에게 위로전을 보냈다. 파리시청은 샤를리 엡도를 ‘명예 파리 시민’으로 임명하고, 오후 8시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 조명을 소등해 희생자의 넋을 위로했다.
한편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유럽 각국에서 테러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영국 국내정보국(MI5) 앤드루 파커 국장은 “영국에서 테러 발생 가능성이 크다”며 “최근에도 영국을 겨냥한 치명적인 테러 모의 3건을 막았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이어 영국인 극단주의자 600여명이 시리아를 방문했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가담했다고 전했다.
사건이 발생한 파리에서는 11일 미국과 유럽 내무장관들이 참석하는 반테러 국제회의가 열린다. 베르나르 카즈뇌브 프랑스 내무장관은 “각국이 프랑스와 연대를 보여주는 한편 공통의 문제인 테러리즘에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佛 테러 계기 ‘反이슬람 정서’ 거세질 조짐
입력 2015-01-10 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