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항노(72) 서울 광림교회 권사는 2006년 월악산에 오르기 위해 충북 제천에 들렀다가 이 지역에 있는 송계감리교회를 방문했다. 교회에는 아이들 3∼4명이 뛰어놀고 있었다. 이 권사는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다 이런 제안을 했다.
“너희들 축구 좋아하지? 친구들 전도해서 축구팀을 만들면 축구공을 하나씩 선물해줄게.”
“축구팀이라면 11명만 모으면 되는 거예요?”
“13명은 모아야지. 축구팀엔 후보 선수도 필요하니까.”
이 권사는 아이들과 약속한 뒤 서울로 올라왔다. 그런데 3주 뒤 아이들로부터 13명을 모았다는 연락이 왔다. 그는 약속한대로 축구공을 보내주었다. 그러면서 그는 ‘축구공 사역’을 계속해보자고 결심했다. 농어촌교회 교회학교 아이들이 13명을 모아 축구팀을 창단하면 축구공 13개를 선물하는 사역이다. 축구팀이 창단 후 6개월 이상 유지되면 유니폼도 전달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권사의 활동은 시골교회들의 교회학교 부흥으로 이어졌다. 현재 ‘축구공 사역’을 계기로 전국 각지에서 운영되고 있는 교회학교 축구팀은 17곳에 달한다.
그런데 이 권사가 이런 사역을 벌이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광림교회에서 만난 그는 “시골 아이들이 처한 현실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농어촌에 가 보면 아이들이 주일에 교회 간다고 거짓말하고 읍내 PC방에 가서 음란물을 즐기거나 게임에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축구공을 보내주는 일을 시작한 겁니다. 아이들을 교회로 이끄는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았고요. 축구를 통해 아이들 성격이 밝아졌다거나 친구들끼리 우정이 돈독해졌다는 이야기도 자주 듣는데 그럴 때면 큰 보람을 느낍니다.”
이 권사는 의류 원단 도매업을 통해 자수성가한 인물이다. 1963년 서울 동대문시장 한 포목상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한 그는 75년 원단 도매 업체를 창업했고 지난해까지 사업체를 운영했다. 아이들에게 선물할 축구공이나 유니폼은 사업을 할 때 친분을 쌓은 지인들로부터 저렴하게 구입한다.
“아이들을 예수님 품으로 이끌어서 바른 길로 가도록 만드는 게 교회의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축구를 통해 아이들이 동료애를 쌓으면서 건강하게 뛰어노는 모습을 볼 때면 기분이 좋습니다.”
축구 덕분에 교회학교 학생이 많아지고, 아이들 부모까지 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듣노라면 큰 보람도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건강만 허락된다면 이 사역을 계속하고 싶다”고 다짐한다.
이날 이 권사를 만난 곳은 광림교회 광림사회봉사관 1층에 있는 옷가게 ‘따뜻한 집’이었다. 광림교회가 설립한 ‘따뜻한 집’은 안 입는 옷을 기증받아 해외 선교지 등지에 보내거나 싼값에 되팔아 수익금을 미혼모 시설 설립 기금으로 적립하는 가게다. ‘따뜻한 집’ 관계자들은 직접 옷을 만들어 의류가 필요한 지역에 보내주기도 한다. 이 권사는 아내인 강신자(73) 권사와 ‘따뜻한 집’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지난해 1월 ‘따뜻한 집’이 만들어졌는데 지금까지 해외 선교지나 농어촌 지역에 보낸 옷이 5000벌 정도 될 겁니다. ‘따뜻한 집’은 나눔이 가득한 사랑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웃음).”
박지훈 기자 @kmib.co.kr
[인터뷰] 서울 광림교회 이항노 권사 ‘축구공 사역’으로 농어촌교회 어린이 전도
입력 2015-01-12 0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