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꽃 기린은 처음엔 어른 손가락 두 뼘 크기였지만 지금은 내 키보다 2∼3㎝는 크다. 한창 잘 자라고 있을 무렵 기도 모임에 참석했던 한 분이 넘어지면서 그만 꽃기린에 부딪혔다. 꽃 기린의 허리가 부러지고 말았다. 남편은 기다란 철심을 박아 꽃기린을 칭칭 동여매 주었다. 그런데 머잖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부러진 허리가 붙더니 꽃과 잎이 무성한 머리를 꼿꼿이 들고 당당히 서 있는 게 아닌가. “역설적이게도 이 세상의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은 가장 심한 시련을 받을 때 가장 큰 승리를 거두고, 가장 큰 고난이 닥쳤을 때 가장 큰 영광을 얻게 된다.” 그 일을 계기로 이 말이 주는 진실 하나는 확실하게 건졌다.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들은 위기 때 더욱 생명력을 발휘하도록 하나님께서 창조해 주셨다는 것이다.
꽃기린은 등이 약간 휜 것 외에는 잘 자랐다. 헌데, 지난해 새 집으로 이사 올 때 꽃기린을 옮겨오는 것이 큰 과제였다. 이삿짐 대표에게 간곡히 청했다. “이 나무는 엄청난 고난 끝에 겨우 살아난 나무예요. 어떻게든 데려가 주세요.” 세 차례 뇌종양 수술로 사경을 헤맸던 투병 중의 내 모습도 떠올랐다. 나의 간곡한 청원에 남편과 이삿짐 대표는 머리를 조아리고 의논하더니 새 집 2층 발코니 난간 기둥에 매어 놓았다. 가을이 깊어가던 어느 날 저녁, 석양빛에 비쳐 보이는 꽃기린이 마치 십자가의 예수님 모습처럼 애처로워 보여 다시 남편에게 구조 부탁을 했다. 이번엔 별 대안이 없는지 묵묵부답이던 남편이 며칠 뒤 “아래층에 내려 가봐. 꽃기린 구출해놨어” 한다. 소파 뒤 햇살 밝은 창가에 딱 꽃기린 키 높이의 조명등에 매어 놓았다. 꽃기린 구출작전 대성공! 지금은 새로운 꽃대가 계속 나오며 두 개의 하트가 마주보고 있는 모양의 진한 꽃분홍의 사랑스러운 꽃을 연이어 피워내고 있다. 꽃기린을 만져주며 모 CF처럼 노래 부른다. “잘 생겼다, 잘 생겼다! 우리 집 꽃기린!”
박강월(수필가, 주부편지 발행인)
[힐링노트-박강월] 꽃기린 구출 작전
입력 2015-01-10 0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