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산업이 대한민국의 신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우리 경제를 떠받쳐 오던 전자산업의 뒤를 잇는 차세대 먹거리 산업으로 기대가 된다. 외국의 선도국가들도 포스트 IT시대의 아이콘으로 의료산업(HT·Health Technology)을 지목해 집중 투자하고 있다. 과거의 의료가 아픈 환자를 치료하는 개념이었다면 미래의 의료는 평생 건강을 관리하는 헬스케어로 확장되면서 산업으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의료산업은 크게 서비스와 기술 요소로 대별할 수 있다. 자칫하면 이념 논쟁으로 빠지기 쉬운 의료 서비스 산업화에 비해 제약이나 의료기기 등으로 대변되는 기술 산업화는 가치중립적이면서 누구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는 분야다. 의료의 기술 산업화에서 종종 지적되는 문제는 연구개발의 가치사슬이 단절되는 현상이다. 소위 ‘죽음의 계곡(death valley·데스밸리)’이라고 불리는데, 기초연구와 시제품 개발이 성공하더라도 그것이 실제 실용화와 산업화 과정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데스밸리 현상은 의료 산업화의 전형적인 특성이기도 하다. 사람의 건강과 생명에 직접 관여하는 제품은 반드시 전임상 및 비임상 동물실험을 거쳐 인체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임상시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제품의 개발보다 죽음의 계곡을 넘는 시간과 비용이 훨씬 큰 경우가 많다. 보건복지부를 포함한 정부 부처들은 의료 산업화의 생태계를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면서 그동안 환자 진료에만 전념해 왔던 의사와 병원이 연구에도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첨단의료복합단지(이하 첨복단지)는 이러한 데스밸리 현상을 극복하고 의료 산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충북 오송과 대구-경북 지역에 조성되었다. 첨복 사업이 두 지역으로 분산된 것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측면에서 불리할 수도 있고 의료 산업화를 구성하는 요소의 다양성을 고려할 때 긍정적일 수도 있다. 현재 오송 첨복은 BT 중심으로 대구-경북 첨복은 IT 중심으로 중복을 피하고 있는데, 앞으로 광역 글로벌 시장을 고려할 때 차별화 관점에서 경쟁하기보다 융합과 시너지 관점에서 협력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국제무대에서 우리가 경쟁할 대상은 일본의 고베 클러스터나 중국의 상하이 의료클러스터, 싱가포르의 바이오클러스터 등이 있다. 그런데 의료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이들과도 협력과 경쟁이 융합된 ‘코피티션(copetition)’ 관계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첨복단지의 설립 목적은 명확하다. 첨단의료제품 개발인프라를 구축해 의료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첨단의료 연구성과를 산업과 접목해 국익 창출에 기여하며, 글로벌 투자의 최적지를 조성해 국가 신성장 동력을 주도하는 것이다. 주목할 것은 첨복단지는 연구개발 자체보다는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조직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첨복단지는 정부출연 연구소 사업과 차별화되는 제3섹터 사업으로 정의되기도 한다.
첨복단지가 당면한 과제는 내부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하드웨어 구축을 위한 1단계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우수한 인력과 기능을 갖추는 2단계에 접어든 시점에서 지난 1년간의 공백이 무척 아쉽다. 분야별 최고 전문가들이 센터장으로 합류하면서 구성원 모두 힘을 합쳐 노력하고 있으나 절대적인 인력과 운영예산이 부족하다. 이순신 장군과 거북선만으로 명량해전의 승리를 이룰 수는 없다. 첨복사업은 사회간접자본 형태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이의 성공을 위해서는 정치권의 관심을 바탕으로 정부의 적극적인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 막대한 국민의 세금이 투자된 첨복단지가 전시용 공간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선경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
[기고-선경] 미래의 먹거리 의료산업
입력 2015-01-10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