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응원이 기적 이룰 거라고 믿어요”

입력 2015-01-09 04:18 수정 2015-01-09 15:59
원인도 병명도 알 수 없는 희귀난치병을 앓고 있는 박채원양이 지난달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휠체어에 앉아 있다. 여전히 의식은 없지만 이렇게 앉을 수 있게 됐다. 어머니는 국악을 했던 채원이에게 수시로 헤드폰을 씌워 음악을 들려준다. 아래 작은 사진은 건강했던 시절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모습. 박채원양 가족 제공

병명을 찾을 수 없을 만큼 희귀한 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했던 박채원(16)양을 돕기 위해 네티즌 모금운동이 시작됐다. 채원이의 안타까운 사연이 국민일보 보도(2014년 11월 7일자 1·6면)로 알려지면서 시작된 모금 서명운동이 2개월 만에 결실을 맺고 있다. 혼수상태에 빠졌던 채원이는 여전히 의식이 없지만 혼자 앉아 있을 만큼 호전됐다.

모금운동은 포털 다음카카오의 희망모금 사이트에서 ‘희귀병에 걸린 채원이를 도와주고 싶어요’라는 제목으로 7일 오후 6시 시작됐다. 8일 오후 11시 현재 2400여명이 참여해 목표금액의 21%에 해당하는 850여만원이 모였다. 모금 참여는 1000원부터 할 수 있다. 응원 댓글만 달아도 댓글 1개당 100원씩 다음카카오가 성금을 낸다. 2800여개 응원 댓글이 달려 28만여원이 쌓였다.

다음카카오 사회공헌파트 박진석 차장은 “목표액 4000만원을 4월 6일까지 모금할 계획”이라며 “기간 안에 목표액이 채워지면 어린이재단 경기지역본부를 통해 채원이 병원비로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채원이는 지난해 11월 12일 오래 치료받던 병원을 떠나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겼다. 이튿날부터 재활치료를 시작했는데 열흘쯤 뒤부터 채원이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손가락을 까딱하는 정도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손가락을 펴고 위아래로 움직였다. 발을 들었다 놨다, 무릎을 굽혔다 폈다 하게 됐다. 누워서 꼼짝도 못하던 아이였다.

채원이는 계속해서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등을 벽에 기대고 혼자 앉는 것도 가능해졌다. 침대에만 누워있던 아이가 휠체어를 타고 다닐 정도가 됐다. 20여초 동안 혼자 목을 똑바로 가누는 것도 할 수 있다. 다만 아직도 의식은 없는 상태다.

의식을 담당하는 부위인 뇌간이 녹아내릴 만큼 손상이 심하지만 채원이네와 의료진은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다. 채원이가 활발히 몸을 움직이게 된 것, 위출혈이 심해진 것 모두 의식이 깨어나려는 전조증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진은 채원이 움직임 하나하나를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채원이는 12일 위에 관을 연결하는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위출혈이 심해 더 이상 콧줄로 미음을 먹는 게 불가능해서다. 수술이 끝나면 경기도의 한 재활병원으로 옮긴다. 세브란스병원에도 규정상 더 오래 입원해 있을 수는 없다. 채원 어머니 유정애씨는 “채원이 얘기가 보도된 뒤부터 아이가 하루하루 좋아지고 있다”며 “많은 분들의 기도, 응원, 도움이 ‘작은 기적’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아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