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내 대학 입학을 취소했다

입력 2015-01-09 04:40
대학에 합격했다는 통보를 받은 학생이 낸 등록 예치금이 당사자도 모르게 환불돼 합격이 취소되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누군가 개인정보를 도용해 예치금 환불 신청을 한 것으로 보고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8일 건국대에 따르면 류모(19)양은 지난달 16일 의상디자인학과 수시모집에 최종 합격했다. 류양은 기쁜 마음에 서둘러 등록 예치금 30만원을 납입했다. 입학처 홈페이지의 합격자 발표 화면을 캡처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른바 ‘인증샷’도 올렸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류양의 통장에 출처를 알 수 없는 30만원이 입금됐다. 건국대에 냈던 등록 예치금이 환불된 것이다. 건국대는 류양이 입학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합격을 취소했다.

류양은 학교 측에 “내가 환불 신청을 한 것이 아니니 합격 취소를 번복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건국대는 “학교 잘못이 아니기 때문에 합격 취소 번복은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결국 류양은 지난달 26일 인천 서부경찰서에 신고했다.

경찰은 류양이 페이스북에 올린 ‘인증샷’에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 나온 이름과 생년월일, 수험번호 등을 이용해 누군가가 건국대 입학처에 등록 예치금 환불을 신청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예치금을 환불하려면 이름과 수험번호 외에 입시 원서접수 대행업체인 유웨이 어플라이에 원서를 낼 때 받은 보안카드 번호가 필요하다. 경찰은 범인이 류양을 사칭해 이 업체에서 보안카드를 새로 발급받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건국대 관계자는 “경찰 수사결과에 따라 합당한 절차와 제도에 따라 후속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