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이 부동산중개업소 탓?

입력 2015-01-09 03:20
제2롯데월드 인근 고급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부녀회 회의 도중 폭행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이 아파트 상가에 입주한 부동산중개업소 2곳이 집값을 떨어뜨린다며 해당 업소를 퇴출시키는 방안을 논의하다 싸움이 벌어졌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7일 오후 8시30분쯤 송파구 모 아파트에서 입주민 최모(51·여)씨가 부녀회 임원 3명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고 8일 밝혔다. 최씨는 “아파트 상가의 부동산중개업소 2곳을 쫓아내자는 안건이 상정된 부녀회 회의에서 반대 의견을 냈다가 임원들에게 멱살을 잡히는 등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부녀회는 두 부동산중개업소가 아파트 거래를 중개하면서 단점을 부각시켜 적정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를 유도했다며 퇴출을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주상복합아파트의 매매가는 16억∼22억원 수준이다.

주변 부동산중개업소들은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애초 이 아파트 부녀회가 지나치게 시세에 민감했다고 입을 모았다. 인근의 한 부동산업소 관계자는 “시장원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거래가격이 형성돼야 하는데 이 아파트는 부녀회에서 집을 팔려는 주민들과 부동산업소에 시세보다 높게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일이 많았다”며 “한 주민이 급매로 내놓으려 하자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며 못하게 막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아파트는 경매에 넘어간 집 등 악성 매물이 지속적으로 나와 가격 형성이 제대로 안 된다. 그러다 보니 가격이 떨어지는데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라고 덧붙였다.

퇴출 논의 대상이었던 부동산중개업소 두 곳도 부녀회의 움직임을 이미 알고 있었다. 두 곳 중 한 업소 관계자는 “아파트 단점을 말하거나 낮은 가격을 유도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고 했고, 다른 업소 측도 “부동산 가격을 우리가 좌지우지할 수 있느냐. 그건 대통령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경찰은 조만간 부녀회 관계자들을 불러 폭행 사건의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