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이인영 ‘세대교체’ 격돌

입력 2015-01-09 03:46
새정치민주연합 2·8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박지원 의원(왼쪽)과 문재인 의원이 8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열린 공명선거실천협약식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새정치민주연합 2·8전당대회 대표 선거 예비경선을 통과한 문재인 박지원 이인영 의원은 첫날부터 거친 설전(舌戰)을 벌였다. 이들은 ‘정책’ ‘통합’ ‘세대교체’라는 3인3색을 내세우며 당심과 민심 공략에 나섰다.

‘클린 선거’를 외쳐 온 문 의원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전대가 새롭게 일어서는 계기가 돼야 하는데, 당에서 오래 정치하신 분들은 불가능하다”며 박 의원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또 “정치적 세대로 보면 제가 가장 후배”라며 “제가 세대교체를 말할 가장 적임자”라고 말했다. 세대교체론을 내세운 이 의원을 자극한 것이다.

이 의원은 거세게 반발했다. 이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 48%의 지지까지 얻었던 분이 ‘제일 후배’라고 하면 당원과 국민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문 의원의 정치입문은 2012년이 아니라 2002년이며 그때부터 권력의 중심에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의원도 “네거티브를 하지 말자는 사람이 네거티브를 하고 있다”며 불편한 속내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선거전도 본격화됐다. 문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외교안보 토론회를 열고 ‘분권적·민생중심·동반적’ 남북 협력이라는 3원칙을 제안했다. 문 의원은 남은 선거기간 동안 매주 한 차례 재정과 복지 등 분야에서 ‘문재인표’ 국가 어젠다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문 의원의 행보는 정책에 초점을 맞춰 다른 후보들의 공격을 ‘네거티브’로 규정하고, 직접 대응하는 대신 ‘정책선거’를 제안해 선거 틀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문 의원 측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책으로 승부하자는 것이며, 다른 후보와의 분명한 차별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당원 대상 선거에 전혀 맞지 않는 전략” “이미 당권을 잡았다고 판단하고, 벌써 대선 행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박 의원은 ‘통합과 혁신의 적임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친노(친노무현) 진영이 당권을 잡으면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당 일각의 우려를 자극해 ‘박지원 지지’로 흡수한다는 전략이다. 이 의원은 경선 완주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 의원은 다수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후보 간 합종연횡이나 단일화는 없다. 반드시 완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거전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된 비노(비노무현) 진영과 정세균계 등은 일단 상황을 관망하는 분위기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