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룡(20·사진)씨는 6세부터 18세까지 희망을 버리고 살았다. 그러나 지금은 “과거에 있었던 일은 다 잊고 이제 새 출발을 하려 한다”고 말한다. 백씨에겐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백씨는 6세 때 ‘새들원’이라는 보육원에 동생과 함께 맡겨졌다. 누가 맡겼는지, 왜 맡겨졌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때부터 혈육은 동생만 남았다. 그는 8일 “아무 꿈도 희망도 없이 그냥 살았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초등학교 때도 마찬가지였다. 싸움닭이었다. 친구들이 그에게 보육원에 산다며 놀렸다. 보육원에서 함께 사는 형들은 누가 놀리면 참지 말고 때리라고 했다. 매일같이 싸웠다. 그랬더니 학교에서 친구가 없어졌다. 백씨는 “보육원에서만 놀 친구가 있었고 학교에서는 외톨이로 지냈다”고 했다.
중학생 때도 여전히 사고뭉치였다. 다만 꿈을 갖기 시작했다. 축구 선수가 되고 싶었다. 보육원에서 운영하는 축구부에 가입한 이후로 축구에 빠져 지냈다. 그러나 고등학교에서 축구부 생활을 하려면 돈이 많이 들어간다며 보육원에서 그를 축구부가 없는 공업고등학교에 진학시켰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에도 학교가 재미없었다. 그가 졸업한 뒤 남은 것은 졸업장 한 장이었다. 학력도 변변치 않고 기술도 없었다. 가진 것도 없는데 보육원도 퇴원해야 했다.
앞이 막막한 백씨에게 전환점이 된 것이 취업사관학교였다. 보육원에서 취업사관학교 소식지 한 권을 건네줬다. 취업사관학교는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학교를 떠난 청소년들에게 직업훈련과 인성교육 등을 하기 위해 운영하는 기관이다. 전국에 광양만권HRD센터, 춘천YMCA프로그램 등 5개가 있다. 프로그램을 이수한 청소년이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취업 알선 등을 해준다.
백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소식지에 나온 전남 광양의 취업사관학교로 갔다. 용접을 배웠다. 그는 처음엔 용접에 대해 “못 배우고 막노동이나 하는 사람들이 하는 무섭고 힘든 일”이라는 편견을 가졌지만 교육을 받을수록 생각이 바뀌었다. 그는 “용접하는 분들이 대단해 보이고 존경스러워졌다”며 “헬멧 비슷한 용접면이 무척 좋았다”고 말했다. 학교에서는 친구들과 관계가 안 좋았지만 이곳에서는 선생님, 친구들과 잘 지냈다. 백씨는 취업사관학교를 이수한 뒤 지난 2일 유성벤딩이라는 중소기업에 취직했다. 그는 “외톨이가 아닌 저를 응원해주시는 선생님들과 친구들이 곁에 있으니 뭐든지 헤쳐 나갈 자신이 있다”며 “세상을 향해 다시 한번 도전해보겠다”고 했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고교때까지 사고뭉치… 이젠 친구도 얻고 취업도 했어요”
입력 2015-01-09 0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