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학점’을 받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대학 캠퍼스를 찾았다. 최근 대학가에서 잇따라 최 부총리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대자보가 나붙자 대학생들의 오해를 불식시키겠다며 직접 소통에 나선 것이다. 최 부총리는 이날 충남대 중앙도서관 1층에서 대학생 11명과 함께 ‘캠퍼스 Talk’ 행사를 가졌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90분 동안 학생들이 자유로운 주제로 질문하면 최 부총리가 대답하는 형식이었다.
최 부총리는 자신의 경제정책을 F학점으로 표현한 대자보 등을 언급하면서 “(대학생들이) 대화하자고 하는 것 같아 이런 기회를 마련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최 부총리는 웃으며 준비된 피자와 햄버거를 권했지만 굳은 표정의 학생들은 음식에 손을 대는 대신 ‘미래가 없는 현실’을 토로하기 바빴다.
한 학생은 “우리는 취업을 해서 부자가 되려는 게 아니라 지극히 일반적인 삶을 살고 싶을 뿐”이라며 “중소기업에 취업해 1년에 1500만∼1800만원 임금을 받고 월세 내고 하다보면 보통의 삶을 살 수 있을까 의문이 간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무역 흑자가 증가해도 기업들이 해외로 많이 빠져나가 일자리가 생기지 않고 있다. 대책이 있느냐”고 따졌다. 이 외에도 창업지원 강화,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 민감한 질문이 이어졌다.
최 부총리는 그동안의 발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질문에 답했다. 그는 비정규직 해법과 관련해 “정규직이 적절하게 양보를 하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여야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지난세대에 비해 지금 청년세대가 어려움이 많은데 대한 공감도 나타냈다. 최 부총리는 “나는 75학번인데 그때만 해도 웬만한 대학 졸업하면 취직 걱정 없이 (회사를) 골라 가던 시대였다”며 “지금은 단군 이래 최대의 스펙을 자랑해도 취업이 잘 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란 걸 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청년들이 희망이 없으면 그 사회의 희망이 없다”며 “희망을 만드는 게 국가가 할 일이고 정부가 할 일이다. 여러분의 고통 해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화를 마친 최 부총리와 학생들의 반응은 상반됐다. 최 부총리는 “진솔하게 대화를 나눠보니 소통이 잘되고 좋았다”면서 “학생들도 아마 그렇게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한 여학생은 “다양한 질문을 했는데 최 부총리가 언론에 이미 나온 내용을 반복해 다소 답답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최 부총리가 ‘중규직(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중간 고용형태)이란 용어를 며칠 전에 처음 들었다’고 해서 놀랐다”며 “중규직을 모르면서 노동 개혁을 말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고 최 부총리를 비판했다.
기재부는 이날을 시작으로 앞으로 캠퍼스 Talk 행사를 최 부총리를 비판한 대자보가 붙은 수도권 대학에서도 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르포] 해법없는 ‘캠퍼스톡’은 답답했다
입력 2015-01-09 0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