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에 물차가 오는 날엔 집집마다 양동이를 들고 나왔다(오른쪽 사진). 초등학생 막둥이까지 힘을 보탰다. 1970년대 고도 성장기, 변두리 서민들의 삶은 이렇게 남루했다. 그러나 잘 살아보겠다는 열망이 그 시기를 지배한 정서였다. 그 때는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시대였으니. 신문 가판대에서 부모를 대신해 가게를 지키며 또박또박 숙제를 하는 소년의 모습이 진지하다(왼쪽 사진).
대중문화 시장에 복고바람이 거세다. 1970년대 서울과 경기, 강원 지역에서 살아간 사람들의 일상을 담은 사진집 ‘예스터데이’(눈빛)가 눈길을 끈다. 당시 고려대에서 사진서클 호영회를 중심으로 작업을 했던 사진가 박신흥씨가 찍었던 걸 묶었다. 정치적으로 유신, 경제적으로 개발논리가 일상에 침투했지만 삶의 건강성을 잃지 않았던 서민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흑백 단발머리 소녀, 까까머리 아이들, 주름진 얼굴의 할머니, 억센 표정의 아주머니…. 아마추어의 사진이지만, 그들 이웃과 호흡했던 보통 사람만이 포착할 있는 따스한 시선은 전문 사진작가가 절대 흉내낼 수 없는 것이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책 속 한 컷] 1970년대 우리들 일상 '애틋한 추억'
입력 2015-01-09 0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