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해 내내 지속된 부진을 딛고 실적 반등에 성공한 데는 메모리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의 역할이 컸다. 실적 하락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스마트폰은 갤럭시 노트4를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 제품의 선전이 돋보였다. 올해는 반도체 부문이 견고한 가운데 중저가폰을 중심으로 한 모바일 부문 반격을 본격화할 전망이어서 실적 개선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부품(DS) 부문은 지난해 3분기 2조3300억원을 넘어 4분기에는 2조5000억∼2조800억원가량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예상된다. 4분기 영업이익 5조2000억원 중 절반가량을 반도체에서 거둔 셈이다.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당분간 반도체가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으로 다시 자리매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반도체는 지난해 내외부적으로 긍정적인 여건에서 사업을 했다. 모바일 기기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최근 몇 년 사이 부진했던 PC의 수요도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시장이 커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여기에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업체가 대형업체 몇 곳으로 정리되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덕분에 메모리 가격은 적정선으로 유지됐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시장은 7.9% 성장했다. 삼성전자는 전체 평균을 훌쩍 뛰어넘는 15.1%의 성장세를 보이며 지난해 352억7500만 달러(약 39조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그동안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약점으로 꼽혔던 시스템LSI도 서서히 궤도에 오르는 모습이다.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엑시노스는 중저가 스마트폰으로 확대 적용되고 있다.
중국산 스마트폰 때문에 어려운 한 해를 보낸 IT·모바일(IM) 부문은 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한 갤럭시 노트4와 갤럭시 노트 엣지 등 프리미엄 제품의 선전에 한숨을 돌렸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량은 2013년 4분기에 비해 줄어들었지만 고가 제품의 경쟁력 덕분에 수익성은 개선된 것으로 예상된다. 4분기 IM 부문 영업이익은 2조원을 상회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애플이 대화면 시장을 잡겠다고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를 내놓은 상황에서 갤럭시 노트4가 ‘패블릿’ 시장을 방어했다는 게 삼성전자로선 고무적이다. 중저가 시장에선 중국 업체에 고전했지만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는 걸 입증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실적이 본격적으로 회복될지는 올해 1분기가 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중국 업체들의 거센 도전을 뿌리치기 위해 내놓은 중저가 전략 모델 갤럭시 A와 갤럭시 E시리즈가 중국, 인도 등 거대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판매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갤럭시 A와 E시리즈가 시장에서 선전하면 삼성전자 모바일 사업은 다시 한 번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가 가장 공을 들이는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6는 2분기부터 판매가 시작될 전망이다. 갤럭시 A와 E시리즈가 분위기 반전을 이끌어내면 갤럭시S6와 ‘투트랙 전략’으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할 수 있게 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저가폰은 매출에는 기여하지만 수익성 개선에는 도움이 안 된다”면서 “삼성전자로선 매출과 수익성이 극대화되는 지점을 찾아 프리미엄 제품과 중저가 제품을 배치하는 걸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DS 부문은 지난해보다 올해 더 좋은 성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상황도 계속 좋을 것으로 예상되고, 기술력도 삼성전자가 가장 앞서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3D V낸드 플래시 양산에 돌입하면서 차세대 저장장치로 불리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에서 독보적으로 앞서가고 있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도 애플이 차세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A9의 생산을 삼성전자에 맡길 것으로 알려져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10년 연속 세계 판매 1위에 도전하는 TV는 올해 국제전자제품전시회(CES)에서 선보인 퀀텀닷 TV ‘SUHD’를 중심으로 판매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가전제품에서는 ‘셰프컬렉션’을 내세워 세계 1위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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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1-09 02:30 수정 2015-01-09 09: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