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DNI 국장이 콕 찍었다 “해커 배후 김영철”

입력 2015-01-09 02:50 수정 2015-01-09 09:33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엡도’가 지난달 19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를 풍자하며 그린 만평. 소니 영화사가 김 제1비서의 암살을 다룬 영화 ‘인터뷰’ 개봉을 취소한 것을 비판하며 “소니가 평양의 멍청한 뚱보 살인자의 엉덩이를 핥았다”고 적었다. 샤를리 엡도 트위터

제임스 코미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7일(현지시간) 소니 영화사에 대한 해킹이 북한 소행이라는 FBI 발표를 뒷받침할 증거를 추가로 제시했다. 코미 국장은 뉴욕 포드햄대에서 열린 국제사이버안보 콘퍼런스에서 “해커들이 정체를 숨기려고 가짜 서버를 사용했지만 수차례에 걸쳐 북한에서만 사용하는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로 접속한 흔적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소니 해킹이 북한 소행이라고 단정할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사이버보안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자 추가 증거를 공개한 것이다. 그는 “그들의 실수 덕분에 해킹이 누구 소행인지가 명백해졌다”면서 “미국 보안 당국의 입장과 마찬가지로 나도 북한 소행이라는 확신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구체적인 IP 주소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FBI의 행동분석 부서도 소니를 해킹했다고 주장한 ‘GOP(평화의 수호자)’가 발표한 성명과 협박문 등을 기존의 북한이 저지른 해킹 사례와 비교 분석한 결과 동일한 집단임을 확인했다고 코미 국장이 전했다.

코미 국장은 ‘북한 소행론’에 회의적인 사이버보안 전문가들에 대해 “그들에게는 우리가 확보한 정보가 없어서 우리는 볼 수 있는 것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앞서 같은 행사에서 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소니 영화사에 대한 사이버 공격 명령자로 북한의 김영철 정찰총국장을 지목했다. 클래퍼 국장은 “소니 영화사 해킹은 북한의 정찰총국이 총괄했으며 이 기관의 책임자인 김 총국장이 명령한 게 틀림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클래퍼 국장은 “소니 영화사에 대한 공격은 미국의 국익을 해친 가장 심각한 사이버 공격”이라면서 “북한이 이번 공격에 대해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기 위해 사이버 공격을 반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사이버 분야는 북한으로서는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끌어낼 수 있는 새롭고 강력한 영역으로, 유사한 공격을 억제하기 위해 북한에 역공을 취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7일 북한에 억류돼 있던 미국인 케네스 배를 데리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방북했던 클래퍼 국장은 당시 김 총국장 등을 만난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김영철이 내 가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한·미 합동 군사훈련이 전쟁 도발이라고 지적했다”면서 “그래서 나도 손가락으로 그의 가슴을 가리키면서 남측에 포탄을 퍼붓는 게 최상의 방안은 아니라고 응대했다”고 주장했다.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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