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언론사 테러] 이슬람 등 종교문제에서 최고 권력자까지 적나라한 비판… 풍자 만평으로 유명

입력 2015-01-09 03:39

7일(현지시간) 발생한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엡도’ 테러로 편집장 스테판 샤르보니에르(47)를 비롯한 만평가 4명이 숨졌다. 이들은 만평을 통해 이슬람교를 비롯한 종교 문제,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 등 최고 권력자들을 적나라하게 비판했다.

‘샤르브’라는 필명으로 활동한 편집장이자 만평가인 샤르보니에르는 이슬람을 희화화하는 만평을 다수 그려 자주 살해 협박에 시달려 왔다. 2012년에는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의 누드를 묘사한 만평을 그렸다가 이슬람 단체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제소됐다. 그는 당시 “무함마드는 내게 신성하지 않다. 나는 코란이 아니라 프랑스 법 아래에서 산다”면서 비판적인 만평을 계속 그리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동료들과 함께 이날 희생된 장 카뷔(75)는 프랑스의 가장 유명한 만평가 중 한 사람으로 ‘르 카나르 앙셰네’ 등 많은 풍자 잡지에 만평을 그려왔다. ‘프랑스 풍자만화의 기둥’으로 불리는 조르주 볼린스키(80), 베르나르 베를라크(58)도 프랑스 주류 일간지와 시사 풍자 주간지에서 오랜 기간 만평가로 일했다.

유명 만평가들의 죽음에 언론·문학계는 공분했다. 샤를리 엡도의 전 편집장 필리프 발(62)은 “테러리스트들은 저널리즘을 살해했고, 심각한 사안에 대해 웃을 수 있는 사람들을 죽여버렸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슬람 극단주의에 웃음으로 맞서야 한다. 자유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슬람교 풍자소설 ‘악마의 시’를 쓴 영국 작가 살만 루시디(67)는 “풍자 예술을 지키기 위해 샤를리 엡도의 편에 서겠다”면서 “풍자는 자유를 향한 힘인 동시에 압제, 부당, 우둔함에 대항하는 힘”이라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