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실속 없는 ‘인천공항 허브화’에 목매는 정부

입력 2015-01-09 01:29

아시아 허브공항으로서 인천공항의 입지가 위태로워지고 있다. 환승률은 계속 추락하는데 일본·중국의 견제가 본격화되고 있어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저비용항공사 시장이 급성장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대한항공·아시아나 등 대형항공사 중심인 인천공항 살리기에만 치중하고 있어 정책방향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인천공항을 이용한 승객은 4551만2099명(잠정치)으로 전년(4148만2828명)보다 8.85% 늘었다. 그러나 이곳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다른 나라로 이동한 환승객 수는 640만9401명으로 전년(682만9742명)보다 오히려 6.56% 줄었다. 통상 허브공항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는 환승률도 지난해 초부터 꾸준히 떨어져 15%대 수준에 머물렀다. 보통 허브공항의 환승률은 30∼40%대다.

인천공항의 환승률이 떨어진 데는 일본과 중국에서 유럽이나 미국으로 향하는 국제선 노선을 확대한 영향이 크다. 인천공항 환승객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일본·중국 여행객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특히 일본은 도쿄의 하네다 공항을 국내선 중심으로 운영하던 당초 정책을 변경해 지난해 3월 런던, 파리, 하노이 등으로 가는 7개 신규 노선을 개설하고 3개 노선을 증편했다.

세계적으로 저비용항공사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점도 인천공항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2013년 인천공항 환승객 중 92.8%는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수송했다. 이런 상황에서 저비용항공사의 수송량이 급증하는 것은 인천공항 환승률을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향후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아시아 주요국 간 허브공항에 대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 800억 위안(약 14조1400억원) 규모의 베이징 신공항 건설에 착수했다. 서울에서 1000㎞ 정도 떨어진 베이징에 세계 최대 규모의 공항이 건설되면 인천공항도 적잖은 타격을 받게 된다. 일본과 동남아 국가들도 공항에 저비용항공사 전용터미널을 건설하는 등 허브화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인천공항을 집중 육성한다는 정부 정책방향에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특정 공항 육성에만 목맬 것이 아니라 다른 공항과 함께 성장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천공항 허브화 정책은 동남권이나 제주도 지역에 신공항이 건설될 경우 이들 공항이 성장하는 데도 지장을 줄 수 있다. 윤문길 항공대 교수는 “특정 공항 중심으로 항공여객 수송을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앞으로는 다른 공항과 상생하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제2차 항공정책기본계획’은 인천공항 허브화 전략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천공항의 환승 인센티브 확대, 국제업무지역(IBC) 개발, 신규 환승상품 개발 등이 포함됐다. 김포공항의 국제선 단거리 노선도 인천공항 허브화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늘리기로 했다. 비행시간이 1시간 내외인 근거리 여행을 가려고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인천공항까지 가는 건 비합리적이기 때문에 김포공항에 국제선 단거리 노선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다른 나라와 경쟁할 수 있는 우리나라 대표 공항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인천공항 허브화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