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풍자 저널리즘에 대한 테러는 反문명적 범죄

입력 2015-01-09 02:23 수정 2015-01-09 09:46

경악할 일이다. 반(反)문명적이고 야만적이다.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무장 테러리스트 3명이 풍자 전문 주간지 ‘샤를리 엡도’ 사무실에 난입, 만평가 등 직원과 경찰 12명을 죽이는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

이번 테러는 과감한 풍자로 유명한 샤를리 엡도가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를 풍자한 만평을 실은 것이 발단이 됐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총기를 다루는 솜씨, 살해 대상을 찾아 근거리에서 총격을 가한 점, 도주로 확보 등 당시 동영상과 증언을 종합해볼 때 치밀하게 준비한 흔적들이 많다고 한다. 총에 맞고 쓰러진 경찰관이 살려 달라고 애원했으나 쫓아가 확인사살까지 하는 잔인무도함마저 보였다. ‘예멘의 알카에다라고 전해라’라거나 ‘신은 위대하다’라는 고함을 쳤다고 하니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과 연계된 또는 그에 동조하는 테러범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만평은 풍자가 본질이고 그 풍자 속에는 종종 비판이 곁들여져 있다. 풍자가 주장하는 내용은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에 관한 것이므로 찬반이 있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샤를리 엡도의 만평이 지나치게 이슬람을 모독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생각이 다르다고 만평 내용을 문제 삼아 반인륜적 테러를 저지른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만평은 만평일 뿐이다. 풍자의 영역에 편향적 정치나 극단주의가 개입하는 순간 본질은 왜곡된다. 폭력적 테러는 문명사회에서 도저히 용납돼서는 안 되는 행위다.

언론 자유를 위해 설립된 국제비정부기구 언론인보호위원회에 따르면 테러에 희생된 언론인은 1992년 이후 1102명이나 된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을 정도로 피해 규모는 늘어가고 있다. 대부분 정정(政情)이 불안한 옛 소련권 국가나 중동, 남미에서 발생한 것인데 이번 사태로 언론인 목표 테러는 어느 지역에서든지 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됐다.

이슬람교 내의 극단주의는 폭력을 행사하고, 상대방의 또 다른 폭력을 의도적으로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이미 종교가 아니다. 단지 테러리즘을 확산시키는 단체다. 자기들의 왜곡된 신념 또는 정치적 세속적 이익을 위해 사람들을 세뇌해 사지로 내몰 뿐이다. 순교라는 명목으로 아이들에게 자살폭탄 조끼를 입혀 내보내는 최근의 사례에서도 보듯 미친 짓일 따름이다.

프랑스 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는 자국 내에서는 물론 유럽 다른 지역 극우 세력의 준동을 야기하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걱정스럽게도 이미 유럽에서는 이슬람 혐오증이 확산되고 있다. 양쪽 모두 극단적 폭력을 수반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문명사회가 단결해 이를 저지해야 한다.

인간을 사랑하고 진실을 추구하는 것은 인류 보편적 가치다. 폭력을 배격하고 이 같은 가치에 동의하며 사랑으로 감싸 안는 것이 문명사회다.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에 대한 테러는 사상을, 인간성을, 사랑을 탄압하는 반문명적 범죄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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