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서초 세 모녀 살인사건’ 용의자 강모(48·사진)씨에 대해 정신감정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살해 동기가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자존심 강한 성격상 충분히 범행을 저지를 만한 경제적 상황이었다고 판단해서다.
서울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8일 “의지가 약하고 자존심이 강해 누구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지 못하는 등 성격적 문제가 있다면 특별한 정신이상이 아니어도 충분히 가능한 범죄”라며 “별 다른 증세를 보이지도 않고 있어 강씨에 대한 정신감정은 실시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씨의 일가족 살해 배경은 수사가 진행될수록 의문이 커지고 있다. 강씨는 숨진 아내 이모(44)씨의 통장에 3억원이 들어 있다고 진술했다. 게다가 은행에서 받은 주택담보대출금 5억원 중 1억3000여만원이 아직 남아 있었고, 서초동의 시세 11억원대 아파트를 처분하면 대출금을 갚고도 6억∼7억원이 남는 상황이었다.
강씨는 3년 전 실직 후 별다른 구직활동을 하지 않았다. 남몰래 고시원으로 출퇴근하며 주식투자에만 매달렸다. 명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외국계 회사의 상무까지 지냈다. 재취업이 전혀 불가능했던 건 아니었다. 일각에서는 경영학을 전공한 강씨가 전업 주식투자자를 꿈꿨던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무리해서 만든 현금을 주식에 쏟아부었다가 2억7000여만원이 순식간에 날아가자 무너진 자존감을 참지 못하고 범행을 저질렀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강씨가 비교적 담담하게 조사를 받았으나 가족과 관련된 진술을 할 때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아내와 두 딸이 숨져 있는 범행 현장을 찍은 사진을 보여주자 고개를 돌리고 쳐다보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일 여동생이 면회를 신청했지만 강씨가 거부했다.
강씨는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
‘세 모녀 살해’ 家長 영장심사, 현장 사진 보여주자 고개 돌려
입력 2015-01-09 0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