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가 끌어내린 물가 2015년 상승률 0%대 전망

입력 2015-01-09 00:11

국제유가가 계속 떨어지면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로 하락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저물가 전망은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지만, 우리 정부는 아직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한국 정부와 마찬가지로 “유가 하락은 경제에 호재”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담뱃세 인상 효과 빼면 올해 소비자물가 0.3% 상승”=국내외 금융사들이 유가 급락에 따라 올해 한국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잇따라 내려 0%대 전망까지 나왔다. 삼성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연간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기존 1.4%에서 0.9%로 하향 조정했다. 삼성증권 이승훈 연구원은 “올해 담뱃세 인상 효과를 제외하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3%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며 “0%대 저물가의 고착화 가능성을 방어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1분기 중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도 최근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9%에서 0.9%로 대폭 낮췄다. 하향 조정 이유에 대해 크레디트스위스는 “소비자물가를 구성하는 품목에 연료제품의 비중이 큰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0월 경제전망 때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4%로 예상했다. 민간 금융사들의 예상치가 0∼1%대인 것과 차이가 크다. 이에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유가 하락세를 언급하며 “물가 전망치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유가 하락은 미국 경제의 촉진제로 작용할 것”=7일(현지시간) 연준이 공개한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선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 낙관적인 인식이 드러났다.

대다수 위원들은 높은 소비자심리가 소비지출 증가를 이끌고 에너지가격(유가) 하락이 경제의 촉진제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유가 하락을 비롯한 단기적 요인들로 인해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낮은 수준을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 물가가 연준이 정한 목표에 근접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가 하락에 따른 물가상승률 둔화가 올해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연준의 낙관적인 경제 진단이 나온 데다 이날 모처럼 유가(서부텍사스산 원유)가 오른 덕분에 뉴욕 증시는 5거래일간의 하락을 멈추고 반등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23%, S&P500지수는 1.16% 올랐다.

한편 세계은행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원유를 수입하는 개발도상국들에는 유가가 급락한 지금이 구조개혁에 나설 절호의 기회”라고 지적했다. 올해 단행될 미국 금리 인상 등 여러 대형 변수에 맞서 개도국들이 성장세를 잃지 않으려면 저유가로 여유가 있을 때 다양한 재정적인 대책을 마련해놔야 한다는 조언이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