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삐라-대화 둘 중 선택하라” 南 “대화에 도움 안되는 말”

입력 2015-01-09 00:45

남북이 대북전단(삐라) 살포 문제를 놓고 다시 공방전을 펼치면서 이 문제가 모처럼 조성된 남북대화 분위기의 최대 걸림돌로 부상하고 있다. 북한은 공식 담화를 통해 “전단과 대화, 양자 중에 택일하라”며 압박공세를 취한 반면, 정부는 “남북대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 주장을 되풀이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가 주민 안전 위협을 이유로 한 탈북자 단체의 삐라 살포를 제지할 방침을 천명하면서 북한이 이에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북한, “남한, 흡수통일·삐라 입장 밝혀라”=포화는 북한 쪽에서 먼저 쏴 올렸다. 국방위원회는 7일 담화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관련 발언을 ‘흡수통일’이라고 규정하며 우리 정부의 대북전단 살포 용인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강행 입장을 비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국방위 담화를 인용해 “우리민족끼리의 이념에 따라 대단합을 이룩하려고 하는가 아니면 아직도 제도통일, 체제대결에 매달릴 작정인가”라며 정부의 대북정책을 흡수통일론으로 규정했다. 박 대통령 실명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남조선 현 집권자도 2015년에는 ‘북한의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서슴없이 떠들어 대고 있다”며 지난달 제3차 통일준비위원회 회의 발언을 비난했다.

특히 ‘최고 존엄’ 문제가 걸려 있는 영화 ‘인터뷰’ 살포 계획을 전단 문제와 연관지어 강력 비난했다. 담화는 전단을 살포하는 남한 민간단체인 자유북한연합이 지난 5일 밝힌 영화 DVD 살포 계획을 거론하며 “진정으로 대화와 협상, 교류와 접촉으로 북남관계에서 대전환, 대변혁을 가져올 생각이 있는가, 아니면 삐라 살포와 같은 대결소동에 계속 매달릴 작정인가”라고 반문했다. 남한 정부를 겨냥해 “이런 당국과 열백번 마주앉아야 북남관계에서 대전환, 대변혁을 가져올 수 없다”며 전단 살포 중단이 대화의 전제조건임을 분명히 했다.

한·미 연합군사훈련도 도마에 올렸다. 담화는 “우리는 이미 나라의 자주권과 존엄을 침해하는 그 어떤 도발과 전쟁행위에 대해서도 철저히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며 “남조선 당국은 나라의 평화적 환경을 마련하려고 하는가 아니면 긴장격화의 길로 계속 나갈 작정인가 하는 입장을 똑바로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국방위는 담화에 대해 ‘위임에 의한 것’이라고 명시하며 남한에 대한 비난과 대화 전제조건 제시 등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뜻임을 분명히 했다.

◇남한, ‘조건 없는 대화’ 요구하며 일축=우리 정부는 ‘북한 국방위 대변인 담화 관련 정부입장’을 발표하며 반격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9일, 지난 1월 1일, 1월 6일 등 여러 차례 남북 간 상호 관심사에 대해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당국 간 대화를 조속히 가질 것을 제의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남북대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 주장을 되풀이하지 말고 실질적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대화의 장으로 조속히 나오라”고 촉구했다. 북한이 제시한 대화의 전제조건을 인정치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북측이 전단 문제를 대화 전제조건으로 내세워 위협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류 장관이 한편으론 전단 살포 문제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약속함에 따라 정부의 스탠스가 기존 입장보다 훨씬 더 유연해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