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인정보 보호와 간편결제시스템 양립돼야

입력 2015-01-09 02:24
지난해 1월 KB국민·롯데·NH농협카드사에서 1억400만건의 고객 정보가 새나가는 사상 최대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이름, 주민번호, 카드번호, 카드 결제계좌, 카드 결제일 등 카드 결제 정보가 고스란히 유출되면서 국민들은 혼란에 빠졌다. 사고 발생 한 달이 안돼 이들 업체의 카드 해지가 228만여건에 달하는 등 후폭풍이 엄청났다.

1년이 지난 지금 KB국민 등 카드 3사는 물론 금융권 전반의 개인정보 보안 실태는 많이 개선됐다. 무차별적으로 수집되던 개인정보가 필수 및 선택사항으로 구분됐고, 보안과 고객 보호를 위한 전담 조직이 설립되는 등 가시적인 노력을 기울인 덕분이다. 그러나 여전히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금융 사고가 최근에도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톡 계정을 이용한 송금 사기나 농협 계좌의 예금이 본인도 모르게 제삼자에게 인출된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심각한 것은 금융결제 시스템이 갈수록 간편결제 추세인데 비해 개인정보 보안 수준은 상응할 만큼 대처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금융 당국은 모바일 결제 등 금융과 IT가 결합된 핀테크와 인터넷 전문은행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금융의 유통비용을 줄이고 칸막이를 없애는 이 같은 결제 시스템 간소화는 세계적인 흐름이다. 이를 거스를 이유가 없다. 그러나 지나치게 간편성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보안의 취약성에 대한 엄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더욱이 우리는 간편결제를 규제완화 차원의 금융혁신이라는 정책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어 본말이 전도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작년 3월 정부가 합동으로 ‘금융 분야 개인정보 유출 재발방지 종합대책’을 마련했으나 박근혜 대통령의 ‘천송이 코트’ 발언 이후 규제완화로 급격히 선회했다.

정부는 결제 시스템을 간소화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나 자칫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주민번호보다는 보안성이 강화된 본인확인 수단인 마이핀 이용을 권장하고 있으나 이용자가 오히려 줄고 있다. 아예 개인정보가 강화된 방향으로 주민번호 체계를 바꾸자는 목소리도 높다. 개인정보 관련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금융소비자들의 꼼꼼한 대처도 필수적이다. 금융사가 제공하는 보안 프로그램을 반드시 설치하는 등 개인정보 보호를 생활화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