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인적쇄신”… 與 비주류 반격

입력 2015-01-09 00:36

새누리당 내 비주류를 중심으로 청와대의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인적 쇄신론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특검이나 국정조사 필요성까지 제기됐다. 청와대 유출 문건 내용이 허위라는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묻어버릴 수 없다는 것이다. 친박(친박근혜) 진영이 이런 비판을 적극 방어하고 나서면서 계파 갈등 우려까지 높아지고 있다.

포문은 친이(친이명박)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이 열었다. 이 의원은 전날인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김기춘) 비서실장이 책임지든지 담당 비서관이 책임지든지, 아니면 비선실세로 알려진 사람들이 책임을 지든지 말끔하게 처리가 돼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야당의 특검 요구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자 조해진 의원은 8일 라디오에 나와 범법행위에서 벗어나 있는 국정개입 의혹을 밝히려면 특검보다는 국정조사를 하는 게 적합하다고까지 주장했다. 조 의원은 “국민적 우려를 씻어주는 차원에서는 국정조사가 맞다”면서 “사법 조치와 별개로 그런 사태가 초래된 원인을 직간접적으로 제공한 사람들, 이를 방치한 사람들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정병국 의원도 “청와대에서 책임을 지고 인적 쇄신을 해야 한다”고 거들었고, 이군현 사무총장 역시 “청와대 시스템의 문제이긴 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친이계가 한목소리로 인적 쇄신론을 들고 나온 것은 자원외교 국정조사를 당 지도부가 야당과 합의해준 데 대한 불만 표출이란 해석도 나온다.

초·재선 의원들 사이에서도 청와대 인적 쇄신론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 대놓고 청와대와 각을 세울 순 없지만 근본적인 문제점을 덮어두고선 민심 이탈을 막을 길이 없다는 이유다. 한 초선 의원은 “여러 의혹이 사실 여부를 떠나 청와대의 불통으로 빚어진 측면이 큰 만큼 인적 쇄신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친박 주류는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MBC라디오에 출연해 “야당에서 하는 비판의 수위와 비슷해 섭섭하다”면서 이재오 의원을 정면 겨냥했다. 이어 “미꾸라지 한두 마리가 진흙탕을 만들었다고 해서 문책성 인사를 하는 게 옳은 일 같지는 않다”고 했다.

집안싸움 조짐을 보이는데도 당 지도부는 이 문제에 대한 언급 자체를 꺼리는 모습이 역력하다. 심각한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당력을 집중해야 한다고만 입을 모았다.

김무성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당 회의가 심각하다고 웃으라고 하는데 이유 없이 웃는 것도 좀 그렇다”며 ‘뼈 있는 농담’으로 말을 시작했다. 이어 “경제 활성화를 위한 빅 푸시(big push)에 국회가 제 역할을 했다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도 “지금 한국경제가 침몰한다는 경보가 켜졌는데도 여의도만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