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세가와 요헤이 “신중현·산울림 마력에 바다 건너”

입력 2015-01-09 02:36

한국 록 음악계에 잠입한 일본인이 있다. ‘무한도전’ ‘라디오스타’ 등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양평이형’이라는 별명을 얻은 하세가와 요헤이(44·사진). 어느덧 20년째 한국에서 음악 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한국인보다 더 한국 록 음악에 정통한 일본인이다. 그가 ‘고고! 대한 록 탐방기’(북노마드)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대학도 안 가고 레코드점에서 일하며 밴드에서 기타를 치던 청년 하세가와는 어느 날 밴드 멤버로부터 한국 노래가 담긴 카세트테이프를 선물 받는다. A면에는 신중현과 엽전들의 1집, B면에는 산울림의 베스트가 들어 있었다.

“그때까지는 어떤 나라의 사이키델릭 음악을 들어도 ‘이건 그거와 비슷한데’라든지 ‘이 밴드는 저 밴드에서 영향을 받았겠군’ 같은 식으로 뿌리를 알아챘는데 신중현과 엽전들과 산울림은 전혀 알 수가 없었어요. ‘이건 뭐지!’라는 충격을 받았고 ‘이러면 한국에 갈 수밖에 없잖아!’라고 결심했어요.”

1995년 24세의 하세가와는 한국 록을 찾아 바다를 건넜다. 한국 록 음악계에서 하세가와는 단순한 구경꾼이나 관찰자가 아니었다. 그는 1990년대 한국에서 폭발했던 인디음악 신의 당당한 주역이었고, 펑크음악과 키치음악의 열정적인 계승자였다. ‘황신혜밴드’ ‘강산에밴드’ ‘뜨거운 감자’ 등에서 기타리스트로 활동했고, 2009년부터는 ‘장기하와 얼굴들’에서 프로듀서 겸 기타리스트를 맡고 있다. 그가 만든 앨범 ‘장기하와 얼굴들’은 2011년 한국대중음악상에서 4관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일본인 편집자 오오이시 하지메와의 인터뷰 형식으로 작성된 이 책은 ‘탐방기’라는 겸손한 제목을 붙였지만 ‘증언록’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특히 외국인의 눈으로 한국 록의 역사를 돌아본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지난해 5월 일본에서 먼저 출간됐다.

“제 생각에는 이전까지는 ‘듣는 음악’이었던 것이 펑크를 접하면서 ‘노는 음악’이 된 것이 아닌가 싶어요.”

“저는 신중현 선생님이든 산울림이든 기본적으로는 외국의 사이키델릭과 같은 것을 하고 싶어하셨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본인 안의 민족성이 나와버렸을 거예요. 그 ‘어긋난 조율’에 ‘아시아의 음악이란 무엇인가’ 하는 부분이 응축되었다는 느낌이 들어요.”

한국 록 음악을 분석하는 하세가와의 시각은 신선할 뿐만 아니라 깊다. 개인사와 한국 대중음악사를 엮어가며 록 음악계의 주요한 사건과 음악, 뮤지션들에 대해 우리도 잃어버린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레코드 수집가인 그가 한국에서 수집한 희귀한 한국 록 앨범 200여장을 엄선, 논평과 함께 수록했고, 장기하, 김명길, 신윤철, DJ 소울스케이프 등과 나눈 유쾌한 대담도 책 뒷부분에 실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