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림부 앞마당까지 번진 구제역, 무딘 대응 탓 아닌가

입력 2015-01-09 02:24
구제역이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2010년 11월 구제역 악몽을 떠올리게 할 정도다. 지난 6일 소에서 처음으로 구제역 확진 판정이 나온 데 이어 8일에는 세종시 돼지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 방역 대책을 총괄 지휘하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앞마당까지 뚫린 셈이다. 농림부는 이날 “세종시 소재 돼지농장에서 어미돼지 3마리가 구제역 증상이 보인다는 신고가 접수돼 검사한 결과 양성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3일 충북 진천의 양돈농가 돼지에서 처음 발견된 구제역이 충남을 거쳐 경기도 이천, 경북 안동 의성 영천에 이어 이번에는 세종시까지 퍼진 것이다. 지금까지 살처분·매몰 조치된 돼지는 3만 마리에 육박하고 있고, 소는 경기도 안성농장에서 1마리가 살처분·매몰됐다. 현재 보상금과 방역 등으로 100억원의 비용이 들어갔다.

문제는 구제역이 발생한 지 한 달이 넘도록 방역 당국이 발병 원인과 경로를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방역 당국은 “구제역 바이러스 혈청형이 예전과 비슷해 전국적으로 확산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까지 했다. 너무 안이하고 한가한 소리다. 언제든지 유전자 변형이 가능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것이 바이러스 질환 아닌가. 예방백신 접종도 허점투성이다. 서류상으로는 백신을 접종했다고 되어 있지만 접종하지 않은 농가가 한두 곳이 아니라고 한다. 구제역 예방접종을 하지 않아 과태료가 부과된 농가만 해도 460여곳이나 된다. 정부 당국의 사전 관리·감독이 부실했다는 얘기다. 비용이 드는 데다 절차가 까다로워 백신 접종을 소홀히 한 축산 농가의 도덕적 해이도 구제역 확산에 한몫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정부 당국과 지자체는 전국 농장을 전수 조사해 예방접종과 항체 형성 여부를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 철새가 한반도를 찾는 계절이라 조류인플루엔자(AI) 추가 확산도 우려되는 만큼 기존의 방역체계를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축산 및 종돈 농가가 집중된 수도권으로 크게 번지는 것을 막음으로써 4년여 만에 찾아온 구제역 재앙을 무난하게 넘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