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영성] ‘영혼의 눈’ 뜬 시각장애 음악 천재

입력 2015-01-10 01:20

보이지 않아도 꿈을 꿀 수 있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저자는 어렸을 때 앓은 심장병 후유증으로 네 살 때 시력을 잃었고, 17세에는 실오라기 같은 빛마저도 사라짐을 경험한다. 그러나 어머니의 기도와 가족들의 헌신으로 누구보다 밝고 바르게 자란다. 그는 자신의 삶을 비관하거나 할 수 없는 일에 집중하기보다, 주어진 삶을 희망의 눈으로 보며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며 살았다. 네 살 때 피아노를 처음 접했고, 중학교 시절엔 컴퓨터에 빠졌다. 고등학생 때 미국으로 건너가 비로소 음악에 집중했다. 타고난 청력과 풍부한 상상력이 음악을 만나면서 만개했다.

버클리음대에서 작곡과 프로듀싱을 복수 전공했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이후 뉴욕대에서 음악 기술과 영화음악을 전공하고 글로벌 음반사인 EMI의 자선음반 제작에 참여했다. 타고난 성실함과 끈기, 음악적 천재성을 인정받아 버클리음대 최연소 전임교수가 됐다.

책은 이런 저자의 인생 스토리를 담고 있다. 그의 이야기는 지난해 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공개되면서 한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방송에서 다하지 못한 저자의 삶과 가족, 결혼, 그리고 신앙 이야기가 책에 있다. 절망에 빠져 있는 사람, 꿈과 희망이 필요한 이들에게 살아가는 힘을 안겨준다.

“만일 내게 정상적인 시력이 있어서 볼 수 있었다면 분명 지금과는 엄청나게 다른 삶을 살고 있으리라. 하지만 한 번도 본 기억이 없으니 그런 삶을 상상조차 할 수가 없다. 그러니까 내겐 눈을 잃은 사람으로서의 상실감이나 아쉬움이 전혀 없다. 그것이 하나님이 내게 주신 가장 큰 축복이다.”(13쪽) ‘영혼의 눈’을 뜬다면 보이지 않는 깜깜한 세상, 그 너머의 삶을 볼 수 있음을 전한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