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우리나라 외식 브랜드를 만나는 것은 이제 별로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국내 외식기업들은 여러 나라에서 비빔밥, 갈비 등 한국 전통 음식을 선보이고 이를 현지인 입맛에 맞는 퓨전 요리로 재탄생시키면서 ‘한식(K-food)’이라는 브랜드를 널리 알리고 있다. 본래 우리 전통 음식이 아닌 빵이나 치킨 등에 조리기술과 아이디어를 더해 외국인들의 관심을 받기도 한다.
항공사 기내식으로 오른 비빔밥을 주요 메뉴로 하는 CJ푸드빌 ‘비비고’는 미국 중국 싱가포르 영국 일본 인도네시아 등 6개국에 13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비비고는 각 국가에 맞게 재료를 다양화해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육류를 선호는 미국에서는 비빔밥에 스테이크를 접목하고, 현지 조달이 쉬우면서 고객들에게도 친숙한 브로콜리를 고명으로 사용한다. 영국에서는 트렌디한 레스토랑들이 모여 있는 런던 소호 거리에 비비고 매장을 열었다. 영국인들이 와플을 즐겨 먹는 것에 착안해 ‘한국식 레드빈와플’을 콘셉트로 붕어빵을 재해석한 ‘비비고 골드피시’는 대표적인 디저트 메뉴다. 런던점은 미슐랭가이드(세계적인 레스토랑 평가서)에 등재되기도 했다. 닭고기를 많이 먹는 싱가포르에서는 삼계탕과 닭개장 메뉴를 선보였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현지인들이 여러 가지 고기 메뉴를 즐길 수 있도록 해산물 그릴 세트를 내놨다.
서양의 주식인 제빵 분야에서도 우리나라 브랜드의 성과가 주목할 만하다. 1월 현재 SPC그룹 파리바게뜨는 중국 미국 베트남 싱가포르 프랑스 등 5개국에 총 180개 점포를 열었다. 특히 지난해 바게트의 본고장인 프랑스 파리에 매장을 냈다.
파리바게뜨는 프랑스에서는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충족시키기 위해 70여년간 축적해온 노하우와 기술력을 집중시켜 ‘프리미엄 아티잔 블랑제리(Premium Artisan Boulangerie·장인들이 직접 제품을 만드는 고급 제과점)’ 콘셉트를 선보였다. 중국에서는 현지 소비자들의 기호를 분석해 빵 위에 다진 고기를 얹은 ‘육송빵’과 같은 현지화 제품을 출시했다. 프랑스 파리를 의미하는 ‘바리(巴黎)’, 달콤한 빵·디저트라는 뜻의 ‘베이티엔(貝甛)’이라는 중국어 단어를 조합한 브랜드명 ‘바리베이티엔(巴黎貝甛)’이란 이름도 어감과 뜻이 좋아 중국인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SPC그룹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파리바게뜨가 좋은 평가를 받고 위상이 높아지면서 각국 제빵업계 종사자들이 선진 베이커리 연수지역을 유럽이나 일본에서 한국으로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전통 음식이 아니지만 우리나라 대표 야식으로 자리매김한 치킨도 ‘K-food’ 대열에 합류해 눈길을 끌고 있다. 치킨 브랜드 ‘BBQ’를 보유한 제너시스그룹은 57개국에서 35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현지에서 경쟁력을 가진 기업에 상표 사용 독점권을 부여하고 사업 노하우를 전수하는 마스터 프랜차이즈 방식을 통해 북·남미, 유럽,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중동 지역과 인도에도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제너시스그룹 관계자는 “튀김유를 최고급 올리브 오일로 바꿔 맛은 물론 건강까지 책임지는 브랜드로 거듭났다”면서 “2020년 전 세계 가맹점 5만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지구촌 한식 열풍] 파리바게뜨, 바게트 본고장 파리서 ‘인기몰이’
입력 2015-01-17 01:41 수정 2015-01-17 1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