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 상대, 자만 금물!

입력 2015-01-09 03:08

2003년 10월 22일(한국시간). 한국축구는 오만 무스카트에서 열린 아시안컵 예선에서 약체인 오만에 1대 3으로 패했다. 이른바 ‘오만 쇼크’다. 이 패배로 움베르투 코엘류 당시 감독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됐고, 결국 몇 달 뒤 코엘류 감독은 경질됐다. 2015년 1월 10일. ‘슈틸리케호’는 호주 캔버라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다시 오만과 만난다. 태극전사들은 이번엔 오만을 상대로 자만하지 않겠다며 필승 의지를 다지고 있다.

중동의 신흥 강호로 발돋움하고 있는 오만의 전력은 어느 정도일까?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93위다. 아시아에선 이란(51위), 일본(54위), 한국(69위), 우즈베키스탄(71위), 아랍에미리트(80위) 다음이다. FIFA 랭킹만 보고 오만을 얕잡아봐선 안 된다.

오만은 2009년 걸프컵에서 우승을 차지했으며 2014년 걸프컵에선 4강에 올랐다. 이번 아시안컵 예선에선 요르단, 시리아, 싱가포르를 상대로 6전 무패(4승2무·7득점 1실점)를 기록하며 1위로 A조를 통과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수비가 좋은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3골이나 터뜨렸다. 오만은 3대 4로 패했지만 이 평가전으로 큰 자신감을 얻었다.

주목할 오만 선수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출신 골키퍼 알리 알 합시(34·위건)를 꼽을 수 있다. 알 합시는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잉글랜드 볼턴에서 뛰다가 이후 위건(이상 2부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한국 공격수들이 아시아 골키퍼로서 유럽 빅리그에서 주전으로 활약한 알 합시를 상대로 어떻게 골을 뽑아낼지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오만 공격수 압둘아지즈 알 무크발리(26·판자)와 베테랑 공격수 하니 알 다비트(36·도파르)도 경계해야 한다.

무크발리는 2013년 3월 FIFA가 지목한 아시아 7대 유망주로 손흥민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한국의 이동국’인 알 다비트는 10년 넘게 오만 대표팀에서 뛰며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다.

폴 르 갱(51·프랑스) 오만 감독은 2002∼2005년 프랑스 프로축구 올랭피크 리옹의 3연패를 이끈 명장이다. 르 갱 감독은 2011년 오만 대표팀을 맡아 세대교체를 이루고 조직력을 끌어올려 왔다. 그는 7일 “한국이 한 수 위의 우승후보이지만 우리는 이변을 일으킬 수 있고 상대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의욕을 보였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의 장점인 빠른 원터치 패스와 빠른 역습, 정교한 세트피스 등으로 오만의 수비를 흔들 것으로 보인다. 좌우 날개 손흥민(레버쿠젠)과 이청용(볼턴) 그리고 ‘가짜 공격수’ 조영철(카타르 SC)이 자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면 다득점 승리도 가능하다. 여기에 주장 완장을 찬 기성용(스완지시티)이 공격과 수비를 잘 조율하면 금상첨화다.

한국은 지금까지 오만에 3승1패로 우세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마지막 대결이 2004년에 이뤄진 만큼 역대 전적에 큰 의미는 없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