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평 한옥이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을 한다고 후배 하나가 집에 왔다. 이사 온 집이라고 휴지 한 뭉치를 사가지고 왔다. 줄줄 풀리라고 말하면서, 그리고 핸드백에서 예쁜 초 두 개를 꺼내 책상 위에 놓으며 말했다. “무드 있는 시간도 보내구요. 이 초에 불을 켤 때에는 제발 행복하세요”라고 했다.
나는 그동안 줄줄 풀리지도 행복하지도 않았을까. “제발”이란 말이 목에 걸렸다. 이 후배는 나에게 가장 부족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누구나 모두 우리는 늘 이것을 바란다. 줄줄 풀리는 행운과 행복이라는 것. 그러나 누구도 그것을 바라지 않는 사람도 없지만 누구도 그것을 완전하게 가진 사람도 볼 수 없었다.
완전한 행복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만 해도 “복 많이 받으세요”를 쌓으면 집 두 채는 될 것이다. 그 말의 선물을 덕의 완성으로 이끄는 것은 자신의 노력 아닐까. 지금 내가 노력이라고 말한 것은 부지런히 일하라는 뜻만은 아니다. 물론 노동으로부터 출발이지만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인정”이다. 작은 것의 인정 그리고 순간의 인정이 행복과 줄줄 풀리는 것을 소유하게 만든다. 아마도 나는 그 후배에게 내 행복을 대접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불행하다고는 하지 않았고 외롭다고는 자주 말한 것 같은데 그 말이 후배에겐 좀 부담이었을까. 우리는 너무 내성적이어서 행복이나 줄줄 풀리는 행운에 대해 응답할 줄을 잘 모른다. 아니 표현력이 부족하다. 남이 보면 별것 아닌데 “아 좋아요!”를 연발하는 사람이 있다. 행운은 그런 사람에게 갈 것이라고 나는 짐작한다. 신경질을 부리고 불만투성이인 사람에게는 행운도 얻어맞을까봐 가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은 행복이다”라는 인정이야말로 행복의 주인공이 되는 일이다. 요즘 행복론이 뜨거운데 학식이나 이론으로 설명이 부족하다. 조금 부족해도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고, 넘치는데 불만만 늘어놓는 사람이 있다. 행복은 아주 이기적이어서 내가 행복하다는데 누가 토를 달겠는가. ‘저런 주제에’라고 누가 뒷북을 치면 그 사람은 행복과 거리가 멀어질 것이다. 오늘 내 인생교사가 다녀갔다.
신달자(시인)
[살며 사랑하며-신달자] 인생교사
입력 2015-01-09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