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당시 플루토늄이 아닌 고농축 우라늄(HEU) 폭탄이 사용됐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민간 전문가들에 의해 HEU 사용이 언급된 적은 있지만 우리 정보·국방 당국이 이를 사실상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정부 판단이 기정사실로 굳어질 경우 이미 북한이 2년 전부터 핵탄두 ‘소형화·경량화’ 개발을 은밀하게 진행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2014년까지 플루토늄 양이 (2012년과) 동일하다는 것은 바로 직전 해에 이뤄진 3차 핵실험에서 HEU 폭탄이 사용됐을 가능성에 상당 부분 힘을 싣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방백서에 ‘핵탄두 소형화 기술이 상당 수준에 이르렀다’고 기술된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당시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다종화된 핵 억제력의 우수한 성능이 물리적으로 과시됐다’고 발표한 것을 다시 한번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군 관계자도 “(3차 핵실험이 HEU 탄두 실험이었다는 점에 대해선) 한·미가 종합적으로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국방부는 전날 ‘2014 국방백서’를 발표하면서 북한의 플루토늄 보유량을 ‘2012 국방백서’와 같은 ‘40㎏’이라고 적시했다. 만약 북한이 2013년 3차 핵실험에서 플루토늄을 사용했다면 원재료 보유량이 줄어야 하는데 그대로였다는 뜻이다. 따라서 플루토늄이 아닌 HEU가 실험에 쓰였음을 국방부가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다른 군 관계자는 “HEU 방식의 실험 가능성을 확증할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핵실험 후 주변에 방사성 가스가 새어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만큼 북한의 핵 기술이 발전해 극히 소량의 HEU를 사용해 폭발력 실험을 했고, 실험 갱도도 밀봉했다는 방증이다.
핵폭탄의 경우 플루토늄 방식이 대규모 원자로를 가동해야 해 외부에 쉽게 노출되는 반면 HEU 방식은 눈에 띄지 않도록 지하에 원심분리기를 설치해 한꺼번에 다량의 탄도미사일 탑재용 핵물질을 생산할 수 있다. 북한은 세계 최고 수준의 천연 우라늄 매장국이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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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北, 3차 핵실험 때 고농축 우라늄 폭탄 사용”
입력 2015-01-08 04:22 수정 2015-01-08 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