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계신 어르신들을 돌보는 일이 보람 있었지만 고용 불안정으로 항상 마음 한 구석이 불안했었죠. 하지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돼 너무 기쁘고 더욱 큰 책임감으로 어렵고 소외된 분들을 따뜻하게 간호하겠습니다.”
새해 첫날 서울시 노원구청 기간제 근로자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방문간호사 조한희(49·여)씨는 ‘정년 보장’이라는 뜻밖의 선물에 ‘서비스 개선’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노원구청에서 조씨처럼 무기계약직으로 신분이 바뀐 방문보건인력은 10명(간호사 9명, 치위생사 1명)이다. 서울시 자치구에서 기간제 방문보건인력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킨 최초의 사례다.
서울시 통합건강증진사업 방문건강관리분야 전문인력 고용현황에 따르면 서울시내 자치구들의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자 103명 가운데 노원구 10명을 제외하고 93명은 계약이 해지됐다.
방문보건인력은 취약계층 가구를 직접 방문해 맞춤형 간호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 인력이다. 이들이 하는 일은 보건 사각지대에 있는 저소득층의 건강을 챙기는 상시·지속업무에 해당하지만 자치단체들은 2년 미만 단기 고용 후 계약을 해지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업무의 연속성이 떨어지고 방문보건인력의 고용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계약이 해지된 인력은 다른 자치구에서 재고용되기 때문에 지자체들이 숙련된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화하지 않고 ‘인력 돌려막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보건복지부의 건강증진사업은 2007년에 시작됐지만 방문보건인력은 2013년 1월 1일에서야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에 포함됐다. 따라서 지난해 말이 2년 이상 고용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는 고비였다. 그러나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해고 통지였다
공공부문이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고용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지만 지자체들조차 이를 외면하고 있다.
왜 자치단체들은 방문보건인력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꺼리는 걸까. 지자체들은 예산 부담을 이유로 든다. 건강증진사업은 중앙정부 50%, 시·도 15%, 시·군·구 35%로 비용을 부담하는 매칭 사업이다. 중앙정부가 국비 지원을 중단하면 지자체가 모든 비용을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7일 “건강증진사업은 건강증진기금으로 운영되는 목적 사업으로 기금이 존재하는 한 계속되는 사업”이라며 “앞으로 지원예산을 결정할 때 자치단체들의 방문보건인력 무기계약직 전환여부를 평가해 인센티브 지표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무기계약직으로 당장 전환한다고 해도 예산 부담은 크지 않다. 노원구청 관계자는 “기간제 근로자에게도 4대 보험, 상여금 지급, 퇴직금 적립이 이뤄지고 있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도 추가 비용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자치단체장의 의지 문제라는 지적이다. 공공부문에 기간제 인력이 많은 상황에서 방문보건인력만 무기계약직 전환을 허용할 경우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고 이를 풀어나가는 것은 단체장의 결단이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는 6일 소속 자치단체장들에게 방문보건인력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촉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구청장은 20명이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방문보건인력 2년 마다 떠돌이… ‘살얼음 간호’
입력 2015-01-08 03: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