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富의 불평등… 문제는 1%를 위한 세금정책이야!

입력 2015-01-09 01:53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취임할 당시 근로소득에 대한 최고 세율은 50%였는데, 현재는 35%이다. 배당금과 이자 등 불로소득에 대한 세금은 70%까지였지만, 2012년에는 15%에 불과하다. 2003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배당금에 대한 최고 세율을 15%로 감면했다. 투자소득에 부과하는 세금이 사상 처음으로 근로소득에 대한 세금보다 낮아진 것이다. 이 세금 감면 하나로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자들의 주머니에 수십억 달러가 더 들어갔다. 또 이로 인해 재무부는 그 후 7년간 1000억 달러 이상의 세수 감소를 겪게 됐다.

‘국가는 잘 사는데 왜 국민은 못 사는가’는 미국에서 부의 불평등이 왜 생겼는지 추적한 책이다.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 경제학을 무기로 불평등의 원인을 분석한다면, 이 책은 사회적·정치적 접근법을 사용한다. 저자인 도널드 발렛과 제임스 스틸은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와 ‘타임 매거진’을 거쳐 현재 ‘베니티 페어’에서 40여년간 탐사보도를 수행한 기자들로 퓰리처상을 2번이나 받았다.

현재의 불평등은 ‘1%를 위한 국가 정책’에서 비롯됐다는 게 저자들의 주장이다. 무엇보다 세금이 문제다. “지배층의 승리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부분 중 1순위는 다른 무엇보다 세금 정책”이라는 것이다.

1955년에 가장 부유한 미국인들은 소득의 51.2%를 연방 소득세로 납부했다. 2007년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이들의 평균 소득세율은 16.6%로 줄어들었다. 부자와 마찬가지로 기업에 대한 세금도 오랫동안 줄었다. 1952년 법인세는 연방 정부의 전체 세수 중 32%를 차지했다. 하지만 2011년 이 비율은 7.9%에 불과하다.

“대다수 미국인은 부자가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여론조사를 계속 해봐도 부자에게 높은 세율이 부과되어야 한다는 데 찬성하며, 워런 버핏 같은 몇몇 억만장자도 이에 동의한다. 하지만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앞으로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지배층은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오늘날 미국에서는 소수가 다수를 위한 정책을 결정한다.”

‘소수’, 1%는 어떻게 세금을 줄여왔는가?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비상장 기업인 코크 인더스트리를 이끌고 있으며, 보유 자산 규모로 보면 미국에서 빌 게이츠 다음이라는 코크 형제 이야기는 부자감세의 메커니즘을 잘 보여준다.

코크 형제는 워싱턴에 로비 자금을 뿌릴 뿐만 아니라 미국번영재단, 머케이터스센터, 케이토연구소, 아메리칸드림수호정상회의 등 수많은 재단과 싱크탱크를 만들고 지원했다. 코크 형제의 여러 재단들은 2007년에서 2009년까지 3년간 200개가 넘는 단체(대학교, 문화재단, 싱크탱크, 학술재단 등)에 적어도 1억4300만 달러를 지원한 것으로 추산된다. 저자들은 “보수적 싱크탱크와 재단들이 부상한 시기는 중산층이 침체된 시기와 정확히 일치한다”고 분석했다.

부자와 기업들이 감면받은 세금은 ‘다수’, 특히 중산층에 의해 충당해 왔다. 이 책은 ‘부자감세’를 중산층 해체와 연결시킨다. 중산층은 악화되는 일자리 속에서 세금 부담을 늘려야 했고, 연금을 잃어버렸고, 복지 축소를 경험하고 있다. 결국 중산층들조차 미래의 희망을 잃어버렸으며 ‘아메리칸 드림’은 사라졌다. “미국 정부가 중산층을 배신했다”는 게 이 책의 핵심 주장이다.

정부와 의회는 부자들의 세금 감면 정책을 승인함으로써 불평등을 방관 내지 조장했다. 세율 감면은 부자들의 은행 잔고를 살찌우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중산층을 파괴하는 한편 국가 전체를 적자에 빠뜨린다. 재정 적자는 고스란히 중산층과 중소기업에게 전가되고, 재정 위기의 주범인 부자들은 후안무치하게도 재정 위기를 이유로 들어 연금과 복지 축소를 주장하고 나선다.

답은 부유세다. 미국에서 지난 30여 년간 지속된 세율 인하는 경제성장을 촉진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낸다는 명목 아래 추진됐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미국이 지금 직면하고 있는 현실은 극심한 빈부격차와 사상 최악의 취업난이다. 이제 방향을 바꿔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부유세는 중산층을 재건하고 재정 적자를 해소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이다.

저자들은 “중산층이 없다면 그곳은 진정한 미국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아메리칸 드림의 핵심을 중산층으로 규정하고, 중산층을 키워드로 미국 경제를 새롭게 분석한다. 누구를 위한 경제, 무엇을 위한 성장인가를 명확히 할 때라야 경제나 성장이 다수의 행복과 연관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개인 및 법인 세율의 공정성을 회복하는 세제 개혁을 지지하는가? 여전히 가장 큰 유권자 집단인 중산층이 이 질문을 가장 앞에 두고 투표할 때, 국민의 승리, 중산층의 지배가 가능해진다는 저자들의 마지막 얘기는 주목할 만하다. 세금뿐만 아니라 일자리, 연금, 규제 완화, 자유무역, 세계화 등을 다룬다. 명쾌하고 탄탄하고 쉽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