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의 레이쥔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샤오미가 지난해 611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했다고 밝혔다. 2013년 1870만대보다 227% 증가한 수치다. 2012년 570만대에 비하면 무려 10배 이상 성장했다. 샤오미의 성장세는 경이로울 정도다. 레이쥔은 내년에 1억대 판매를 자신했다. 샤오미를 필두로 한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대약진이 올해도 계속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해외 진출 본격화, 특허 문제 대두=레이쥔 CEO는 1억대 돌파를 위한 단서를 하나 달았다. 바로 해외 시장에서의 성공이다. 그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돼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며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릴 것임을 시사했다. 지난해 7월 인도에 진출한 샤오미는 5개월 만에 100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성공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샤오미의 아킬레스건이 하나둘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샤오미는 인도에서 스웨덴 통신업체 에릭슨으로부터 특허 침해 소송을 당했다. 인도 법원은 에릭슨의 문제 제기를 받아들여 샤오미 제품에 대해 판매 금지 처분을 내렸다. 이후 샤오미의 반박으로 판매 금지는 일단 유보됐지만 인도 법원이 최종적으로 에릭슨의 손을 들어줄 경우 샤오미는 인도 시장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샤오미가 특허 문제 때문에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해 왔다. 샤오미가 보유한 특허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애플이 버티고 있는 미국이나 삼성전자가 장악한 유럽에 섣불리 진출했다가 특허 소송에 휘말리면 회사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에는 국내 이동통신사들도 샤오미 스마트폰 도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특허 문제로 도입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특허 문제는 해외 진출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특허 전문 블로그인 패턴틀리 애플(Patently Apple)은 중국 화웨이, ZTE 등이 샤오미, 오포 등을 상대로 특허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화웨이, ZTE 등 중국 1세대 스마트폰 업체들은 그동안 샤오미 등에 특허 무단 사용을 경고하며 로열티 지불을 요청해 왔으나 별다른 반응이 없자 소송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와 ZTE는 중국에서 스마트폰 관련 특허의 70%를 보유하고 있다. 화웨이는 약 3만9000개의 특허를 보유 중이고 이 중 7000개는 올해 등록했다.
◇중국 업체 간 ‘제로섬’ 게임 양상=올해는 중국 업체끼리 내수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은 중국 스마트폰 시장 규모가 크게 성장했기 때문에 모든 업체가 성장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남의 점유율을 빼앗아 와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해외 시장에서의 실적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국내 기반까지 빼앗기면 큰 어려움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화웨이와 레노버는 온라인 판매를 강화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샤오미의 판매 방식을 벤치마킹하는 것이다. 모토로라를 인수한 레노버는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모토X를 다음 달부터 중국에서 판매키로 했다. 보급형 모델인 모토G와 6인치 스마트폰 모토X프로도 내놓는다. 모토로라가 중국에 신제품을 내놓는 건 2012년 이후 3년 만이다. 레노버는 기존에 레노버 브랜드와 모토로라 브랜드로 중국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화웨이는 지난해 750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했다. 2013년 5200만대보다 늘었지만 당초 목표했던 8000만대에는 못 미쳤다. 화웨이가 샤오미 등 후발 업체에 특허 소송을 준비 중인 것도 중국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저가 정책 수정하나=그동안 중국 업체의 강점은 가격 경쟁력이었다. 하지만 계속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특허 문제는 사용료를 지불하는 것 외에 해결책이 없다. 그동안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않았던 특허 비용을 더하게 되면 가격 경쟁력은 그만큼 낮아질 수밖에 없다.
샤오미가 특허 사용료를 제대로 내고 사업을 할 경우에 지속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샤오미는 2013년 매출 43억 달러를 올렸으나 이익은 56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영업이익률은 1.2%였다. 애플(28.7%) 삼성전자(18.7%)에 비해 크게 낮은 수치다.
ZTE는 아예 저가 정책을 포기하고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ZTE는 올해 마케팅 비용으로 1억6100만 달러(약 1770억원)를 책정했다. 지난해보다 50% 이상 늘리는 것이다. 마케팅 비용을 늘리면 이는 제품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ZTE는 2013년부터 600위안(약 11만원) 이하 스마트폰은 판매하지 않고 있다. ZTE 쉬리롱 CEO는 “저가 제품으로는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공개한 스타2는 2399위안(약 44만원)으로 가격이 높아졌다. 쉬리롱 CEO는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는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스마트폰 1위 업체인 삼성전자가 중저가폰 라인업을 강화한 것도 중국 업체들엔 부담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A 시리즈와 갤럭시E 시리즈를 30만∼40만원 수준에 내놨다. 같은 값이면 고급 브랜드로 쏠리는 현상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저가 시장에서 중국 업체의 강세가 한풀 꺾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상승세가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샤오미의 기업가치는 460억 달러에 달한다. 전 세계 스타트업 중에 1위다. 420억 달러인 우버보다 높다. 샤오미는 지난해 말 11억 달러의 신규 자금을 유치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샤오미는 조만간 새로운 플래그십 스마트폰 미(Mi)5를 출시할 계획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경제 히스토리] 폭풍성장 샤오미, 특허 없이 외줄타기… 화웨이에 발목 잡히나
입력 2015-01-09 00:13 수정 2015-01-09 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