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로 불리는 이들의 노동,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비가시화된 노동, ‘알바’로 불리는 노동, 생애 첫 노동. 10대 청소년들의 노동을 설명하는 말들이다. 청소년인권 활동가인 배경내(사진)씨는 여기에 ‘밑바닥 노동’이라는 말을 더한다.
“청소년에게는 최저임금이 곧 ‘최고임금’이다. 어디서나 반말이 기본이고, 막말과 욕설도 난무한다. 대다수 청소년 노동자의 일자리는 근로감독의 사각지대에 있고, 4인 이하 영세사업장이라서 근로기준법의 보호도 받기 어렵다.”
배씨는 최근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멤버들과 함께 ‘십대 밑바닥 노동’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청소년 노동을 다룬 드문 책이다. ‘10대의 말을 사회에 전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규정하는 배씨는 “청소년 노동이 점점 더 변방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전했다.
“10대 노동하면, 흔히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점을 떠올린다. 지금 거기에 가보면 청소년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 청장년층들이다. 그동안 청소년들이 접근 가능했던 일자리들이 경제위기 심화로 대부분 청장년층으로 교체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일을 찾는 청소년들은 어디로 갔는가? 배씨는 “청소년들이 더 열악한 일자리로 밀려났고, 고용의 질도 악화됐다는 게 저희들의 판단”이라며 “정부 정책이 미치지 않는 1일고용, 간접고용 영역으로 밀려났다”고 말했다.
10대 남성 청소년들이 많이 하는 오토바이 배달의 경우, 과거엔 업체에 고용돼서 일을 했지만 요즘엔 개인사업자로 등록해 일을 한다. 개인사업자가 되면 산업재해 보호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10대 여성들이 많이 선택하는 호텔 연회 서빙의 경우도 인력중계업체를 통해 일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중계료를 떼고 나면 청소년들이 받는 임금은 더 적어질 수밖에 없다.
청소년 노동의 조건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지만 일자리를 찾는 청소년 숫자는 늘고 있다. 배씨는 “가정경제가 붕괴되고 있고, 교육을 통한 신분 상승의 가능성도 차단되면서 공부보다 일에 관심을 돌리는 청소년들이 증가하고 있다”며 “일하는 청소년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는 2005년부터 해마다 청소년 노동 실태조사 보고서를 내고 있다. 배씨는 “청소년들에게 알바가 생애 첫 노동이라는 점을 우리 사회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부 조사에 의하면, 최근 1년간 알바나 노동 경험이 있는 10대는 전체의 40%에 이른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책과 길] “청소년 노동 조건, 왜 나빠지기만 할까요?”
입력 2015-01-09 0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