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수(가명·20)양은 강추위가 몰아치던 지난 연말 온기 하나 없는 냉방에서 남동생(18)과 함께 지냈다. 대학에 가고싶었던 이양은 대학진학은커녕 동생과 하루 끼니를 때우는게 당장 걱정이었다.
엄마는 2001년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아빠마저 지난해 11월 교도소에 수감돼 겨울나기는 더욱 서글펐다. 이양은 식당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월 40여만원을 받았으나 생계를 꾸려가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도시가스마저 끊겨 부탄가스로 밥을 지어 먹어야 했다.
하지만 이양의 이모가 남매의 딱한 사정을 동 주민센터에 알리면서 희망의 빛이 스며들었다. 서울 강서구 화곡8동 주민들로 구성된 희망드림단이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먼저 체납된 가스비 80여만원을 희망드림단 기금으로 대납해 응급조치했다. 그러자 집안에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희망드림단은 남동생의 학업을 돕기 위해 장학금 50만원도 모아 지원했다. 아르바이트 생활을 전전하던 이양이 안정적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취업도 알선했다. 김영철 희망드림단장의 소개로 병원에 취직한 이양은 지난달부터 월급을 받기 시작했다. 김 단장은 아이들이 올바로 성장하도록 용기를 주는 멘토 역할까지 도맡았다.
강서구 20개 동에는 565명의 희망드림단원이 활동하고 있다. 희망드림단은 복지수요의 증가로 구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지역 의료기관, 교육기관 등 민간단체와 구청 산하 복지기관이 유기적인 연계해 지역복지 틈을 메우는 복지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
강서구청 관계자는 7일 “지역사정에 밝은 지역주민들이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위기 가정 발굴에 적극 참여하면서 벼랑끝 가정들을 구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중 기자
생활비·장학금·취업알선… ‘구원 투수’ 서울 강서구 희망드림단
입력 2015-01-08 0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