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한국 식용견들 美 애완용 입양… 또다시 도마 오른 보신탕 문화

입력 2015-01-08 03:29
한국에서 보신탕용으로 도살될 운명이던 강아지 23마리가 미국으로 수출돼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의 동물복지단체에서 보호를 받고 있다. 이 강아지들은 검역을 마친 후 애완견으로 입양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친절한 쿡기자] 한국의 강아지 23마리가 지난 5∼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 도착했습니다. 경기도 일산지역 동물농장에서 보신탕용으로 사육되던 강아지들로 국제동물보호단체가 애완견으로 입양시키기 위해 수입해간 것입니다. 한국에서 식용으로 소비될 개가 미국에 입양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랍니다.

국제 통신사 AFP는 워싱턴에 본부를 둔 국제동물애호협회(HSI)가 동아시아의 개 식용 문화에 반대하는 캠페인의 일환으로 미국으로 수입한 것이라고 6일 보도했습니다. 전 세계에 한국의 보신탕 문화가 잘못된 것이라고 알린 셈이지요.

이 단체는 식용으로 팔기 위해 개를 기르던 일산지역의 농장주에게 보상을 제의해 개를 포기하는 동의를 받아냈다고 합니다. 대신 농장에는 블루베리를 심기로 했다네요.

HSI의 켈리 오메라 홍보이사는 “서울에서 출발한 강아지들은 긴 여행 끝에 미국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의 동물복지단체에 정착하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HSI는 개고기 판매에 대해 대중에 경고하기 위해 중국, 필리핀, 태국 등지서 현지 단체와 함께 일하는 국제 동물보호 단체입니다.

오메라는 “아시아의 다른 나라는 야생 개를 식용으로 하는 반면 한국은 식용으로 개를 기르는 농장이 실제로 존재하는 점이 특별하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식용으로 도살하기 위해 대규모로 개를 사육한다는 것을 꼬집은 것이지요. 서울에서만 한해 120만∼200만 마리의 개가 소비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개를 공급하는 농장은 최소한 수백 곳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미국으로 간 개들은 동물구호 단체와 쉼터를 거쳐 애완견을 필요로 하는 네트워크에 보내진다는데요. 이들은 5군데의 보호소로 보내지기 전 알렉산드리아에서 수의사의 검역을 받게 됩니다. 알렉산드리아의 동물복지단체 이사인 메간 웹은 “먼저 23마리의 개를 도와 한국 내 개고기 판매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여 다른 개들에게도 도움을 주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제단체가 도살될 개를 데려가 애완견으로 기른다고 홍보하고 있으니 이제 한국은 동물 학대국으로 손가락질 받게 될 듯합니다. 나라망신이죠. 한편으로는 고유의 음식문화가 국제적인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도 편치 않네요.

김태희 선임기자 t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