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뒤치다꺼리에… 檢, 깊어지는 고민

입력 2015-01-08 01:19

“결국은 대통령의 판단 문제다. 부당하다는 것만으로 수사할 수는 없다. 불법해야 수사를 할 수 있다.”

검찰이 정윤회(60)씨 국정개입 의혹 수사의 마무리를 앞두고 고심에 빠졌다. 향후 과제로 떠안은 문화체육관광부 간부 경질, 청와대 파견 경찰관 인사 과정에서의 ‘비선실세’ 의혹 등은 냉정하게 따져 검찰 수사 대상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윤회 문건’ 중간수사 결과 발표 이후 ‘청와대 가이드라인’ 논란과 함께 “의혹의 실체는 외면했다”는 비판을 들은 검찰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7일 검찰 관계자는 문체부·경찰관 인사개입 의혹 등에 대해 “뇌물이나 허위 공문서 작성 등의 사실과 명쾌히 연결되지 않으면 형사처벌할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정씨의 광범위한 국정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정씨와 청와대 비서관 등 12명을 검찰에 고발·수사의뢰했었다. 이 가운데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교체설 유포 등 상당 부분은 지금까지 검찰 수사 결과 허위로 판명됐다.

검찰 내부에서는 돈을 받고 저지른 일이 아닌 이상 각종 인사개입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볼 수 없다는 시각이 크다. 인사개입이 있다 하더라도 결국 대통령의 권한으로 결정된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의 다른 관계자는 “만일 ‘2인자’ 등의 인사개입이 있다 하더라도 결국 대통령이나 비서실장이 ‘오케이’해서 된 일”이라며 “부당해 보인다고 해서 위법했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조계는 현재까지 언론을 통해 드러난 문체부·경찰관 인사 과정만으로 ‘직권남용’을 판단하기 쉽지 않다고 본다. 청와대 비서관이 인사에 조언을 하는 것은 잘 됐든 잘못됐든 할 수 있는 일이며, 주어진 권한과 책무 범위를 넘어섰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판사는 “직권남용의 구성 요건은 의무가 없는 일을 하게 하는 것”이라며 “비서관이 보고한 내용이 틀렸다면 일을 잘못한 것이고, 맞았다면 일을 잘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이 판사는 “비서관이 사인(私人)의 말을 듣고 마음대로 사표를 제출받았다면 문제지만 대통령이 사표를 받아오라고 지시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실익 없는 정치적 사안을 손에 쥐었다가 특검 요구까지 받게 된 검찰 내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검찰은 애초부터 청와대 비서진의 고소 사건을 마땅찮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은 의혹에 눈을 감았다며 상처를 입었지만 청와대는 면죄부를 얻었다”고 소회했다.

이경원 정현수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