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農家 경북 8000·전남 4000가구 넘었다

입력 2015-01-08 03:33
“할일 없으면 시골 가서 농사나 짓지”라는 옛 말은 이제 우스갯소리가 됐다. 못사는 시절 농촌을 떠난 청장년층들이 농촌으로 다시 돌아와 거액의 돈을 만지는 부농 신화를 속속 일궈내고 있다.

경북지역은 연소득 1억원 이상을 올리는 부농이 8000여 농가를 넘어서며 ‘억대부농 1만호 시대’를 향해 한발짝 다가섰다. 전남지역도 억대 부농이 4000가구를 이미 넘어섰다.

특히 2010년 곤충산업육성법 제정을 계기로 곤충사육 산업이 농촌의 미래 산업으로 뜨고 있다.

대학시절 생태·곤충학을 전공한 윤철호(53)씨는 경남 산청의 한 폐교부지(992㎡)를 활용해 지리산곤충생태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윤씨는 이곳에서 약용 지네 2만5000여 마리를 생산·판매해 연간 1억2000만원을 벌고 있다.

경남 사천에서 나비마을 농장을 운영하는 백유현(50)씨는 1650∼4000㎡ 규모의 농장 4곳에서 배추흰나비, 암끝검은표범나비 등 해마다 수십종의 나비를 키우고 있다. 백씨는 매년 10차례 정도 나비 전시회를 열고 지역축제에 나비를 활용하면서 연간 1억2000만원의 순수익을 올리고 있다.

충북 보은에 사는 김범동(51)씨 부부는 12년째 천마와 약초 등을 재배하고 있다. 김씨 부부는 지난해 약초와 가공품을 판매해 2억원 이상의 소득을 올렸다. 식당을 운영하던 김씨 부부는 매출이 크게 떨어지자 2003년 속리산 자락 0.3㏊의 밭을 매입해 천마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초기엔 실패가 거듭됐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군 농업기술센터와 도농업기술원, 농촌진흥청 등을 찾아다니며 재배 기술을 익혔다. 김씨 부부는 현재 2㏊의 밭에 천마와 왕도라지, 개똥쑥 등 다양한 약초를 재배하며 소득을 늘려가고 있다.

전남 광양에서 새싹 삼을 재배하고 있는 황재익(47)씨는 귀농 2년만인 2013년에 1억8000만원의 고소득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2억5000만원으로 소득이 늘었다.

지역 철강 회사를 다니던 황씨는 귀농을 마음먹고 10년 동안 인근 산에서 장뇌삼을 시험 재배하며 영농경험을 쌓았다. 오랫동안 실패 없는 귀농을 준비한 것이다.

전국에서 억대 부농이 증가하고 있다. 쌀과 고구마, 감자 등을 생산하던 논과 밭에서 특용작물을 재배하고 곤충 등을 키워 ‘떼돈’을 버는 농가가 수두룩하다. 웰빙으로 전환된 새로운 식습관을 파악하고 이 땅에서 ‘억 소리’ 나는 ‘억(億)’을 캐고 있는 것이다.

전국 광역 시·도 가운데 억대 부농이 가장 많은 곳은 경북지역이다.

경북도 농업정책과 임주승 사무관은 “2007년 출범한 ‘경북농민사관학교’에서 많은 농민들이 공부하면서 현장경험에다 선진농법까지 도입하면서 억대농가도 덩달아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35.2%로서 전국 최고령 지자체인 고흥군은 전남지역에서 억대 부농이 가장 많은 곳이다. 고흥군은 현장 컨설팅과 읍·면·별 고소득클럽 멘토링, 고소득 작물 발굴, 시설하우스 확대, 조사료생산단지 대규모 조성 등을 통해 농가소득 증대를 이끌어내고 있다.

경남 산청군은 2013년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 행사 때 곤충전시관 내 표본관, 수서곤충, 애완곤충, 약용곤충, 천적, 나비관 등을 운영하며 곤충산업을 집중 육성중이다. 산청군은 군내 12곳의 곤충사육농가에 7000만∼1억20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해 ‘항노화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전남=김영균 기자, 전국종합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