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13년 2월 실시된 북한의 3차 핵실험에 고농축 우라늄(HEU)이 사용된 것으로 판단함에 따라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수준이 예상보다 훨씬 더 진전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때문에 우리 군 당국이 눈앞에 다가온 북핵 위협의 실질적 수준에 맞는 새로운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핵 문제 전문가들은 북한이 HEU로 3차 핵실험을 했다면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본다. 우선 북한이 국제적인 제재로 재처리 연료봉을 통한 플루토늄 추출이 어려워지자 감시를 받지 않고 생산이 가능한 HEU를 핵무기 원료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북한은 천연 우라늄 매장량이 400만t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천연 우라늄을 보유하고 있다. 풍부한 원료를 기반으로 북한은 1980년대부터 우라늄 농축 연구를 시작했다. 1983년에는 우라늄 농축 원심분리기의 최초 원료인 육불화우라늄(UF6) 생산 공정을 개발했다. 1990년대엔 파키스탄의 국제적 핵 기술자인 압둘 카디르 칸 박사를 통해 은밀하게 HEU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2010년 북한이 미국 핵 전문가 지그프리트 헤커 박사를 초청해 공개한 우라늄 농축시설만으로도 연간 40㎏의 HEU를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고농축 우라늄 15∼20㎏으로 핵무기 1기 생산이 가능한 점을 감안하면 연간 2기 이상의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셈이다. 군 당국은 이 외에도 북한이 여러 곳에 우라늄 농축시설을 가동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두 번째는 북한이 플루토늄을 원료로 한 핵탄두 소형화에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게 돼 HEU로 실험했을 가능성이다. 통상 핵무기 보유국은 첫 번째 핵실험 2∼7년 후 핵탄두 소형화를 이뤘다. 북한은 2006년 1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벌써 8년이 흐른 셈이다. 또 북한은 1980년대 후반부터 100여차례 이상 고폭 실험을 했다. 이 같은 실험과 두 차례 핵실험 과정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활용해 핵탄두 소형화를 위한 컴퓨터 모의시험을 지속해온 것으로도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주요 운반수단인 미사일에 탑재가 가능하려면 탄두 중량이 1t, 직경 90㎝ 이내로 소형화돼야 한다. 미국은 중량 110㎏, 러시아는 255㎏. 영국은 350㎏. 중국은 600㎏. 인도는 500㎏정도다. 이처럼 탄두를 소형화하기 위해서는 고성능 고폭 장약 사용, 반사체의 무게·두께의 최적화, 중성자 발생장치와 기폭장치의 정밀화가 필요하다. 신생 핵개발 국가는 일반적으로 탄두 중량 1300∼2200㎏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최근 컴퓨터 모의 프로그램의 발달과 고폭 장약 기술 발전, 기계 가공의 정밀도 향상 등으로 과거에 비해 소형화 달성이 훨씬 쉬워졌다. 핵무기 개발에 총력을 집중해온 북한으로서는 다른 핵무기 보유국보다 더 빨리 소형화를 이뤘을 가능성이 크다.
또 핵실험을 거듭할수록 폭발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도 주목되고 있다. 2006년 1차 핵실험 시 폭발력은 1kt정도로 미약했다. 하지만 2009년에는 3∼4kt으로 발전됐고 2013년 3차 핵실험 시에는 10kt 내외의 높은 폭발력을 보였다. 3차 핵실험 당시 국방부는 6∼7kt으로 추정했지만 이후 정밀분석 결과 이보다 더 높아졌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 온라인은 당시 “한국 국방부가 발표한 6∼7㏏은 정치적인 면을 고려한 축소 발표일 수도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폭발력이 높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소량으로 더 큰 파괴력을 갖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성큼 다가감에 따라 핵 위협도 그만큼 가시화되고 있지만 우리 군의 북핵 대응 태세는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우리 군은 북핵 위협 시 미국의 핵무기를 포함한 각종 전력의 지원을 받는 ‘핵우산’ 확장억제 조치에 의존하고 있다. 한·미 양국은 확장억제위원회(EDPC)를 운영, 북한의 핵무기 사용이 임박할 경우 선제타격을 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지만 군사문제 전문가들은 북한이 다량의 핵무기를 동시에 발사할 경우 효용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또 북한이 소형화된 핵탄두를 장거리 미사일에 실어 미국을 위협할 경우 미국 본토가 공격받을 위협을 무릅쓰고 남한에 대한 핵 공격을 막아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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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1-08 00:42 수정 2015-01-08 09:17